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사용이 임박했다. 가장 속도가 빠른 항체치료제를 포함해 올해 1분기에만 최대 4종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허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조건부 허가 가시권에 들어온 곳은 셀트리온, GC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이다. 조건부 허가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나 현존하는 치료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의 경우 임상 3상 수행을 조건으로 의약품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960mg'(성분명 레그단비맙)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채취한 다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 세포와 재조합해 개발한 치료제로, 지속적인 항체 공급을 하지 않아도 세포 배양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정부는 심사 기간을 더욱 당겨 1월 중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첫 코로나1 감염자가 발생한지 1년여 만에 국산 치료제의 승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렉키로나주는 90분간 정맥 투여하는 주사제다.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거쳐 중증 환자의 치료 대안은 아니다. 남은 임상 3상 역시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달 중 최대 3곳의 국내 제약사가 식약처에 코로나19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GC녹십자와 대웅제약, 종근당이 임상 2상을 마치고 데이터를 분석 중으로, 2월 중순까지만 신청해도 1분기 내 허가가 가능하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A'는 중증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5일 기준 28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건의 완치사례를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의 데이터 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연초에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가진 항체를 분획해 만든다. 해외에서는 임상 1, 2상을 모두 면제받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보된 방식이다. 다만 완치자의 혈액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대량생산은 어려움이 있다.
GC5131A는 국내 환자들에게 전면 무상공급된다. GC녹십자는 정부지원금을 제외한 개발부터 상용화 이후의 일체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으며, 무상 공급분의 수량 제한도 두지 않았다.
기존에 개발된 약물로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확인한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1월 중 조건부 허가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및 위 절제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쓰이는'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앞서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1월 사용을 목표로 호이스타정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약은 경구용이기 때문에 주사제보다 투약이 편리하다.
호이스타정은 임상 2a상 톱라인 결과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임상 2b상과 3상이 식약처에서 병합 승인됐으며, 지난달 31일 '렘데시비르'와 병용을 통한 중증환자 대상 임상 3상에 들어갔다.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 외에도 구충제 성분 '니클로사마이드'(DWRX2003)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니클로사마이드는 동물모델에서 바이러스 제거·사이토카인 폭풍 저해·호흡곤란 개선 등을 확인했다. 상반기 중 임상 2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속한 조건부 허가를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면서 "연내 치료제 2종을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항응고제 및 급성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러시아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 나파벨탄은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3상도 병행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의 결과 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1월 중·후반께 식약처와 조건부 허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신풍제약, 동화약품,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부광약품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의 빠른 진전을 위해서는 환자 모집이 관건이다.
신풍제약은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 2상을 올해 4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자모집이 조금 더뎌지다 보니 2상 완료 시점을 4월로 연기했다"면서 "상반기 중 조건부 허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집단 감염)이 해를 넘기면서 백신뿐만 아니라 치료제 확보의 가치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사망자는 1000명, 전 세계 사망자는 18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의 항체치료제를 각각 긴급사용 승인했지만, 의료현장에 널리 퍼지지는 않았다.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기 전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탄생한다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이미 10만 명 분량의 생산을 마쳤고, 약물 재창출 방식은 시판 의약품이란 점에서 공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적정한 효과를 담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