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호황 속 자영업 절벽…코로나 끝나도 ‘상처’로
한국 사회에서는 ‘코로나 디바이드’라는 이름으로 각종 격차가 생겼다. 취약층의 근로·사업소득은 줄어드는데 자산가들의 재산소득은 늘어나는 초유의 괴리 상황이 대표적이다. 자산·교육·부동산·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 불평등은 ‘신(新) 카스트’ 제도를 방불케 한다.
한진택배 소속 기사 A(58) 씨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 씨는 하루에 택배 270~280개를 분류하고 배송하는 등 14시간씩 과로에 시달렸다. A 씨 외에도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최근 16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와 근로형태가 유사한 온라인 유통업체 노동자들도 코로나19로 최근 배송량이 급증하면서 과로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동안 약 200건의 택배를 배송해왔다. 점심을 못 먹는 횟수가 1주일에 2~3회에 달한다는 이들은 4989명 중 23.2%였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S(32) 씨에는 재택근무가 ‘뉴 노멀’이 됐다. 그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생기고 집(안산)에서 직장(서울)까지 왕복 2시간이 넘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주변 친구들도 대체로 재택근무를 하는 분위기여서 이게 일상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에서 생과일음료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Y(52) 씨는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혼자 영업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서야 배달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이크아웃 손님만 기다리다가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던 순간이었다.
최 씨는 “배달대행 서비스 수수료가 55%가 넘어 남는 게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순 없지 않겠느냐”며 월세만 겨우 내면서 가게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유독 힘들게 했다.
통계청의 ‘2020년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24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7만3000명 감소했다. 3월 시작된 취업자 감소 추세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부터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주로 사라진 일자리는 숙박과 음식, 도·소매, 교육 등 대면서비스와 임시일용직이다. 위기가 올 때마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가 두드러진다.
배달서비스나 중개 플랫폼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도 우상향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양극화라는 이름의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이러한 격차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을 나누는 선이 예전보다 하나가 더 생겼는데, 이는 건강과 생존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생긴 선은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흔적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 사회에서 여러 종류의 선들이 계속 엮여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방역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두기인데, 실상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변질됐다”며 “이것이 잘못된 사회 시그널을 줘 취약계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오히려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코로나 상황으로 심화되는 양극화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