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박 나포 문제의 정치화 안 돼” 일축
10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최 차관에게 “한국의 은행들이 미국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의 재정 자원을 불법적으로 동결했다”며 “양국 관계 확대는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만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국적 유조선의 나포에 대해선 “단지 환경 오염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측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삼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최 차관은 “한국 내 이란 자원의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한국은 최종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이 문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억류한 한국 선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새벽 이란으로 출국해 이란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 자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한국 시중은행 2곳에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 약 70억 달러(약 7조6440억 원)가 묶여 있다. 과거 이란 석유 수출대금으로 예치됐으나, 미국의 대이란 금융 제재 과정에서 동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8년 이란과 맺었던 핵 합의를 탈퇴하고 중단됐던 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이란 정부는 애초 해당 자금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를 한국 측에 요구했으나, 최근 구매 결정을 취소하고 자금 동결의 ‘불법성’에 초점을 둔 채 연일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다만 이란 자금을 보유한 한국의 은행들이 미국의 승인 없이 이란 측에 자금을 이체할 경우, 한국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3국도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