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대형은행 순이익, 전년비 10% 감소”
지난해 뉴욕증시 신고점 랠리와 대출 손실 축소 영향으로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1분기에만 월가 대표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00억 달러(약 11조 원)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의 포문을 여는 것은 JP모건체이스다. 시장에서는 JP모건체이스가 3월 말까지 자사주를 약 32억 달러어치 사들일 것으로 관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도 총 74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은행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방침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심사)에서 이를 허용한 덕분에 가능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와 대출 손실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연준은 같은 해 6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은행들에 2020년 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 배당금 액수를 제한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례적으로 두 번째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은행들이 최저자본 요건을 갖췄다며 자사주 매입을 허용했다. 2010년 스트레스 테스트가 도입된 이후 1년 안에 추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자사주 매입은 중간배당금 정책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은행이 자기자본 지출로 주가를 부양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은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에 상한선을 그었다. 1분기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계는 전년도 동기 평균 이익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연준이 제시한 상한선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 하르츠 파이퍼샌들러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 수준이 지난해 강화됐다”며 “모든 은행이 (자본 매입 규모) 최대치를 달성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최대치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형은행은 속속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18일 기한을 정하지 않은 3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르츠 애널리스트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00억 달러의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예상 실적에 기반을 둬 모건스탠리가 1분기 약 18억 달러를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웰스파고 등 다른 은행들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6개 대형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약 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분기와 3분기 증시 랠리가 지속하고 대출 실적이 향상되면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찰스 피바디 포테일즈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대출 손실 비용을 공개해 수익을 높이는 회계 방식을 언급하며 “대형 은행들이 곧 준비금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마요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웰스파고를 제외한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향후 2년간 자사주의 15%를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매입 여부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공격적으로 매입할 것이냐가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 시장은 은행들이 자본 조달과 거래로 공격적인 경영을 감행하면서 더 강해질 것”이라며 “거래 이익도 지난해 수준을 넘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 스트레스 테스트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제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금융기관들은 예상되는 잠재손실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손실을 흡수할만한 자본 완충체계는 충분한지 등을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