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를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 영역 파괴 바람이 거세다. 편의점들은 대형마트에서만 팔 것 같은 대용량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1인가구를 겨냥한 상품 개발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연매출은 2019년 150% 신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0% 늘었다. 1인가구 증가세에 맞춰 이마트 내 혼족 가전도 다양해져, 2018년 첫 론칭 당시 주방가전 7종으로 시작한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은 현재 생활·계절가전으로 범위를 넓혔고 운영 품목 또한 20여 종으로 확대됐다.
혼족 관련 제품이 인기를 얻자 최근에는 아예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했다. 대표 상품은 ‘일렉트로맨 프리미엄 혼족 라면포트’와 ‘일렉트로맨 프리미엄 혼족 전기포트’, ‘일렉트로맨 혼족 미니블렌더’다. 이를 시작으로 이마트는 올해 그릴·커피메이커·나이프케어 등 10여 개의 프리미엄 혼족 가전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도 올 설 선물세트로 소포장 견과류 세트 물량을 지난 추석 대비 약 20% 가량 늘려 준비했다. 이는 최근 들어 소규모 가족이 늘면서 소포장 선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추석 명절 당시 1인 가구를 위한 대표 상품인 ‘한우 한끼구이 세트’ 매출이 전년 추석 대비 24.9% 신장한 바 있다.
대형마트에서 1인 가족 공략은 더 이상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 소단위 포장 과일이 잘 팔리자 홈플러스는 반으로 자른 수박을 한 번 더 자른 ‘1/4 수박’을 새롭게 론칭했고, 이마트 역시 미니 수박과 ‘나혼자 수박’, ‘반쪽 수박’, ‘1/4 수박’ 등 5㎏ 미만 수박을 3~4년 전 물량 대비 3배나 늘어난 1000톤을 준비해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대형마트가 소단위 상품과 혼족을 노리는 것은 최근 1인 가족 증가세와 관련이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년 대비 6.7% 가량 증가하며 전체 세대 중 39.2%에 달한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친 비중은 전체 가구의 62.6%에 이른다.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2016년 25%에서 2020년 20%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은 대용량 제품을 속속 출시해 대형마트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편의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당장 필요한 물건을 소량으로 구입하는 곳’에서 ‘집 가까이에서 장을 보는 곳’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편의점 과일의 경우 통상 1입 세척과일, 컵과일, 미니과일 등 소용량 상품 위주로 판매가 됐지만 2019년부터 가족주택가 입지를 중심으로 대용량 과일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CU의 지난해 관련 상품 매출은 2018년에 비해 5배 가량 급증했다. 최근 한달(12월 13일~1월 11일) 매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대용량 커피는 34.7%, 대용량 과일도 23.4% 뛰었다.
GS25 역시 소용량 과일보다 대용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한달 국산과일 기준 딸기500g이 카테고리 매출 1위, 샤인머스캣 400g이 2위, 킹스베리 550g이 4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동일품종 소용량으로 구성된 상품보다 최대 4배 높은 매출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강추위 여파로 소용량보다는 대용량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일 뿐만이 아니다. GS25는 2019년 500㎖ 대용량 커피 상품 출시로 대용량 페트커피의 매출이 2배 가량 치솟자 지난해에는 아예 1ℓ 대용량 사이즈 상품을 내놨고, 최근에는 ‘하이네켄5ℓ 케그’, ‘타이거5ℓ 케그’, ‘에델바이스5ℓ 케그’ 등 대용량 생맥주도 O2O서비스 라스트오더에 도입했다. 이 업체는 최근 한달새 서울우유 1ℓ와 코카콜라 1.5ℓ가 카테고리별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CU는 1인분인 기존 도시락과 달리 2~3인분 홈플래터 도시락도 새롭게 선보였으며, 아이스크림의 경우도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파인트 품목 수를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