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집권의 마지막 해다. 흔히 대통령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취임하며 "참여정부에 하산(下山)은 없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은 1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 않으며, 마무리의 기간으로만 삼기엔 너무 길고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적어도 부동산에서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며 그간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사과했다. 불과 1년 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반성 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서의 새로운 변화까지 예고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일색의 대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주택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튼 것이라며 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선거를 앞둔 '쇼'라며 다소 가혹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기껏 1년여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비아냥 대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정부들어 급격히 오른 집값 탓에 졸지에 ‘벼락 거지’(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로 몰리고, 늦기 전에 직장 근처에 집이라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의 신조어)을 해도 외곽으로, 또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의 현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도 된다.
오죽하면 주택 매매값뿐 아니라 전셋값까지 폭등하면서 사람들이 겪는 우울증을 일컫는 '부동산 블루'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작년과 비슷하게 올해도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전세시장 불안 등이 집값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간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정부의 주장과 달리 올해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6940가구로 지난해 4만8758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공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으니 전세와 매매를 가리지 않고 가격이 뛰는 환경이 또다시 조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공급 부족'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간 각종 규제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들이 부동산시장 안정을 통한 서민 보호였다는 정부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던 정책 실패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이를 더이상 '선의'로만 포장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 4개월, 약 500일이 남았다. 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다시 한번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