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자는 아직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창업자에게 돈을 주고 지분을 받아간다. 창업자보다 약간은 더 수익 배분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으나, 성공하면 큰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창업자는 한배를 탄 셈이다. 항해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로 때로는 잘 갈 수 있던 배가 침몰하기도 하고, 돛단배로 대서양을 건너기도 한다.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첫째, 투자자는 창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시각을 가지기 쉽다. 대개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 운용하는 투자자는 수년 내 자금을 회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회사에 자기 인생을 건 창업자는 투자자가 보기엔 마치 이 회사가 영원 불멸하다고 생각하는 듯이 장기 비전을 세우고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창업한 지 4개월, 이제 막 베타서비스를 론칭했을 때였다. 당시 한 투자자는 “아직 매출도 없는데 개발자가 4명이나 되니 팀원을 감축할 것”을 권유했다. 개발팀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게다가 이제 막 베타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은 에러와 고객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밤을 새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 투자자는 말도 안 되는 조언을 하는 걸까?
자산은 미래의 비용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100원을 써서 만들고 있는 재고 자산이 미래에 누군가에게 팔리면, 120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이 재고 자산은 100의 비용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지금 쓰고 있는 100원을 즉시 비용인지 자산인지는 그 ‘미래’가 얼마나 먼 미래인지에 따라 다르다. 창업자에게 개발팀은 단연코 자산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여러 리서치와 경쟁사, 또는 투자자의 직감으로 이 사업의 수익성에 의심이 생겼고 단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투자자에게 응당 개발팀은 비용이 맞다.
둘째,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리스크를 싫어하고 리턴을 좋아하지만 관점이 다르다. 투자자는 ‘동일한 리스크에서 최대의 리턴’을 찾도록 트레이닝을 받는다. 창업자는 직접 리턴 목표치를 맞추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행한다. 투자자는 최적의 점 하나를 유추하기 위해 노력하고, 창업자는 시장, 경쟁, 자기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무제한의 리스크-리턴의 가능성 중 최선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투자자는 리스크에 예민하고, 동일한 위험을 진 곳이라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것을 찾아 최대의 리턴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창업자는 직접 설정한 목표를 보다 확실하게 이루기 위해 (확실하다는 것은 리스크가 적다는 뜻이다) 다양한 시도를 한다. 소비자 경험을 더 좋게 하거나, 경쟁자가 하지 않는 일을 하거나, 규모로 압도하기 위해 가진 자금을 모두 털어 넣거나, 선제적으로 인력을 보강하기도 한다. 투자자가 보기에 확실하지 않은 리턴에 리스크가 높은 행위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셋째, 투자자에게 차별화는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는 1년에 1000개 회사를 검토하고 약 100개 회사를 만나 1~2개 회사에 투자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회사는 어디선가 만난 회사와 비슷하며, 분명 경쟁사가 10곳은 있을 텐데, 왜 여기에 투자해야 하는가? 이 맥락에서 설득받고 싶을 때 ‘경쟁사가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 포인트’를 묻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는 그동안 아무도 제공하지 않았던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적어도 같은 제품, 서비스라도 그 누구도 이런 방식으로 제공한 적이 없는 일을 한다. 그래서 이 제품, 서비스가 시장에 먹히는지, 그 규모가 얼마인지, 만약 성공하고 있다면 우리 회사가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위 세 가지 차이는 차이일 뿐 옳고 그름은 알 수가 없고 증명도 어렵다. 다만, 투자자와 창업자가 한배를 탄 한 팀이라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첫째 투자자와 창업자는 ‘미래’가 언제인지를 투자 전후에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창업자는 투자자의 리스크 조언을, 투자자는 가변하는 리스크-리턴 곡선을 이해하기 위해 창업자의 말에 경청해야 한다. 셋째, 창업자는 투자자가 정말로 궁금해 하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 방법의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얻고 투자를 받는다면, 돛단배로 지구 한 바퀴를 돌 수도 있을 한 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나도 내가 만든 통통배로 지구 한 바퀴를 돌 투자자를 찾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