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취약계층 2300명 추가 지원 가능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한다.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조처다. 서울시의 선제적인 폐지 방침에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미흡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시는 14일 '부양의무제' 폐지와 함께 9대 종합 개선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개선책을 내놓으면서 "작년 말 발생한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기존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시스템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60대 여성이 생활고 속에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된 사건이다. 아들은 서울 이수역 길거리에서 ''5월에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손팻말을 들고 도움을 청했고 결국 한 사회복지사의 관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양의무제'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 일정 수준 소득과 재산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비극을 낳았다. 현행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지만 의료ㆍ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 존재 여부를 묻는다.
이 때문에 방배동 모자는 주거급여 약 28만 원 이외에 생계급여, 의료급여를 추가로 지원받지 못했다. 숨진 60대 여성은 이혼한 전 남편과 딸이 있었지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생계ㆍ의료급여 신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정부 제도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 '소득인정액'을 바탕으로 생계ㆍ의료ㆍ주거급여 등을 지원하는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소득평가액'과 '재산'을 기준으로 생계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예산은 약 199억 원으로 전액 시비다.
이번 서울시의 대책에 따라 빠르면 4월께 정부의 보장제도 자격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도 부양가족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과 기준만 충족하면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24만~73만 원을 받는다.
이어 "지난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수급자는 6000명이 되지 않는다"며 "사각지대나 모니터링 강화 등이 연결되려면 수급자 확대를 위한 계획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약 2300명 정도가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완화하고 있다"며 "이 추세 때문에 수년 전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수급자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약 5400명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혜택을 받고 있다.
부양의무제 폐지에도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를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주거급여, 의료급여, 생계급여 가운데 하나를 수급하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제 폐지로 방배동 모자 사건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방배동 모자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를 받고 있어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생활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서울시 부양의무제 폐지는 방배동 모자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선도하고 견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