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했던 서초구 '방배7구역'이 조합 설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했음에도 사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거주 2년 의무거주' 규정을 피하기 어려워지자 조합 방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방배7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1일 서초구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 지역은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는 처음으로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했다. 한국자산신탁과 2017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신탁 방식은 부동산 신탁사가 업무를 위임받아 재건축·재개발 주민들과 공동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합 방식과 달리 수수료 부담 등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막상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정부는 물론 재건축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 등 지자체도 재건축에 부정적 입장인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정부 규제 강도가 갈수록 더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6.17 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2년 의무거주` 규정을 신설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법안 시행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3월까지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서둘러 조합 설립에 나섰고, 방배7구역도 신탁 방식을 포기하고 조합 설립을 서둘러 추진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방배7구역이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했으나 신탁 방식의 사업 추진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사업 진행이 더뎠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실거주 2년 의무 거주'라는 급한 불을 먼저 끄자는 주민들간 합의가 이뤄졌고, 결국 조합 설립을 서두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배7구역 조합은 '실거주 2년 의무'를 피한 만큼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건축심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