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징역 20년을 확정받으면서 특별사면 논란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형이 확정된 판결까지 합해 총 22년의 형기를 마쳐야 한다. 다만 청와대는 '대법원 선고 직후 사면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주요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의 특별사면이 이어진다면 사법체계를 향한 국민적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총 83회에 걸쳐 22만6483명이 특별사면됐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의 형 집행을 면제하는 대통령 특권 중 하나다.
역대 정부별로 보면 △김영삼 정부 9회(3만8750명) △김대중 정부 6회(7만321명) △노무현 정부 8회(3만7188명) △이명박 정부 7회(1만2966명) △박근혜 정부 3회(1만7328명)로 나타났다.
주요 사례로는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이 꼽힌다. 김영삼 정부는 지난 1997년 12월 두 전직 대통이 복역한 지 2년 만에 특별사면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한보게이트'와 관련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 권노갑 전 의원 등이 특별사면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박지원 국정원장 등 전 정부 핵심 인사들을 특별사면하기도 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재벌 총수 등 경제인들을 주로 특별사면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특별사면이 자칫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피해를 끼치거나 피해자가 상당히 많은 범죄, 국익을 상당히 해친 범죄에 대해 특별사면을 한다면 사법적 신뢰를 해칠 수 있다"며 "사전에 국회 동의를 받게 하거나 사면위원회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사면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변호사는 "지금처럼 선고가 되자마자 사면이 언급된다는 것은 사법부 결정을 행정부 수장이 감면한다는 의미"라며 "삼권분립 체제에서 행정부 권한을 넘어선 부분이기 때문에 특별사면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특별사면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무엇보다 평등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특별사면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일반사면은 괜찮지만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찍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번 국회에는 사면법 개정안이 단 1건만 제출된 상태다. 이 법안은 사면심사위원회 속기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사면권 자체를 겨냥한 안이 아니다.
반면 지난 국회에는 주로 사면 대상을 제한하거나 사면이 불가능한 범죄를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다. 다만 이마저도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무엇보다 사면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보궐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정치인을 특별사면하면 (사면권이) 정치적인 당리당략으로 악용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 교수는 선거일로부터 1년 이내의 특별사면을 제한하고 현 정부 측근 인사와 헌정유린 범죄, 원 포인트 사면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사면은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최소한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특별사면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 법치주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1%는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38.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