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58% 늘고, 조합원 분담금 37% 감소"…시장선 "기부임대ㆍ기부분양 물량 과도"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한 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건축'(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시장에서는 당장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기존 예상대로 늘어나는 가구 대부분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고 환수되는 이익 규모도 적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공공재건축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공재건축에서 발을 뺀 대규모 구축 단지들은 계속해서 매매가격이 오르며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는 중이다.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단지들을 분석한 결과 모두 '종상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종 일반주거는 3종 일반주거로, 3종일반주거는 준주거로 종상향할 경우 용적률은 평균 182%포인트(p) 올라갔다. 용적률 상향과 함께 준주거 내 비주거시설 비율을 10%에서 5%로 완화할 경우 주택 공급 수는 평균 58%(최대 98%) 증가했다. 조합원 분담금은 약 37% 줄어든다.
기존 1000가구 규모의 단지에 기부채납 50%를 적용한 모의분석 결과, 민간 재건축은 1410가구로 1.4배 늘어났다. 공공재건축은 2240가구로 2.2배까지 확대됐다.
공통적으로 조합분 1000가구를 제외한 일반분양은 민간 250가구에서 공공 510가구로 2배 증가했다. 대신 기부임대가 160가구에서 400가구로 3배 넘게 늘고, 기부분양 330가구가 새로 추가됐다.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는 지난 15일 이 같은 결과를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7개 단지에 회신했다.
7개 단지는 △서초구 신반포19차(242가구) △중랑구 묵동장미아파트(100가구) △광진구 중곡아파트(270가구) △영등포구 신미아파트(130가구) △관악구 신림건영1차(492가구) △용산구 강변(146가구)·강서아파트(32가구) 등이다. 비공개를 요청한 구로구 산업인아파트(342가구)는 공공재건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단지들의 최종 참여 여부도 미지수다. 6개 단지가 모두 공공재건축에 나선다 해도 총 공급 규모는 현재 1412가구에서 2231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향후 5년간 5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던 공공재건축 사업 목표치의 4.46%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공공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서울의 구축 대단지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모의분석 결과처럼 기부임대와 기부분양 물량이 대폭 늘어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주요 단지들이 잇달아 발을 돌렸다.
대표적인 단지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다. 강남권 노른자위의 두 대어 단지는 공공재건축 철회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18일 24억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해 8월 23억8000만 원의 신고가 이후 주춤하다가 최근 반등하면서 최고가를 2000만 원 더 높였다. 동일 평형의 현재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24억~25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1.75㎡형도 지난달 30일 22억8100만 원에 매매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평수의 직전 거래인 지난해 5월 20억8000만 원에서 2억 원 넘게 치솟은 가격이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거의 없고 어쩌다 거래되면 최고가를 찍기 일쑤”라며 “최근 공공재건축 신청 철회나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에 따른 시장 침체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고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선 공공재개발처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하거나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해 주는 등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