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미국 이베이, 이베이코리아 매각 추진"… 관건은 '가격'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국내 오픈마켓 1ㆍ2위 업체인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이베이가 한국내 온라인 장터(이베이코리아)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베이코리아는 "본사 차원에서 매각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몇년 전부터 심심찮게 불거져온 매각설이 올해도 등장한 것인데, 업계에서는 올해는 설에 그치지 않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아마존에 밀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이베이 미국 본사가 글로벌 사업 재편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은 예견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2019년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업계 추산) 19조 원, 매출액 1조 954억 원, 영업이익 615억 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16년의 실적(거래액 14조 원, 매출액 8634억 원, 영업이익 670억 원)과 비교하면 거래액과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쳐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베이 본사가 2018년부터 국내 유통기업을 상대로 물밑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하면서 매각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 이유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가 계속됐음에도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강력한 다수의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쇼핑은 소규모 쇼핑몰을 입점시켜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지마켓, 옥션과 유사한 플랫폼이다. 다만 이베이코리아에 비해 판매 수수료 경쟁력이 월등하다. 네이버쇼핑은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 수수료(매출연동 2%)를 고수한다.
반면 지마켓과 옥션은 카테고리별로 다르지만 평균 6~8%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오픈마켓을 통해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50대 김 모씨는 "수수료 차이가 크다 보니 요즘엔 지마켓보단 네이버쇼핑을 주로 찾게 된다"고 했다.
직매입과 압도적인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한 쿠팡의 확장도 이베이코리아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앱ㆍ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ㆍ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만 20세 이상 소비자의 신용카드ㆍ체크카드ㆍ계좌이체ㆍ휴대전화 소액결제 금액 데이터를 표본 조사한 결과 쿠팡과 쿠팡이츠에서 지난 한 해 동안 21조7485억 원이 결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추정치(15조4000억 원)와 비교하면 41% 증가한 수치다.
이제 시장의 눈은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가져갈 것이냐'로 쏠리고 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오픈마켓 1, 2위 사업자를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는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차원에서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은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에 매우 매력적"이라며 "더욱이 이베이코리아는 오래된 업력과 그에 따른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업자에게도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국내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대기업과 그리고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SSG닷컴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PEF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실제 신세계는 SSG닷컴, 롯데는 롯데ON에 힘을 싣는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될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이베이 측에서는 5조 원 대의 몸값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가격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근 배달앱 2위 업체인 '요기요'가 매물로 나와 시장에서 2조 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점도 이베이코리아 매각 가격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베이 측에서는 원매자에게 최소 이보다는 높은 가격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