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논쟁, 딜로이트안진 “교보생명이 필요한 서류 제출 안 해”

입력 2021-01-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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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 간의 오래된 분쟁이 회계 이슈로 옮겨붙었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공정시장가치(FMV) 산출을 의뢰받은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이 FI에 유리한 가격을 산정하면서 회사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딜로이드안진을 형사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9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을 기소했다. 딜로이트 안진은 “사실무근”이라며 소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FI와 딜로이트안진 간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다.

▲딜로이트 안진이 19일 회사 내 임직원들에게 공지한 입장문 내용./손엄지 기자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은 검찰이 딜로이트 안진 회계사 3명을 기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임직원에 대한 기소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기소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 임직원들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에 대해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FI 2명은 왜 포함됐나?”

이번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당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PE, IMM PE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를 사들여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은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이 주식을 되사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교보생명은 약속한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했고, FI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때 신 회장이 사야 하는 주식의 가격을 놓고 교보생명과 FI 간 분쟁이 시작됐다. 신 회장은 주당 20만 원 대를 주장했지만, FI는 풋옵션가격 평가기관으로 참여한 딜로이트안진의 평가에 따라 주당 40만9000원에 되사갈 것을 요구했다.

교보생명은 2020년 4월 딜로이트안진을 형사고발 하기에 이르렀다. 과도한 풋옵션 가격을 산출하면서 분쟁이 길어져 한 것이 결국 분쟁의 장기화를 유발했고,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FI와 신 회장과의 분쟁과는 별개로 과도한 풋옵션 행사로 회사 내부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설계사, 임직원의 동요도 있었고 주주의 피해가 커지면서 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풋옵션이 행사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졌고, 협의를 빨리 마무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특히 검찰이 FI 관계자 2명을 추가 기소한 것을 주목했다. 교보생명은 당초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만을 고발했지만, 검찰이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회계사와 FI 간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 FI 관계자 2명을 공범으로 보고 같이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FI측은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이 중재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딜로이트 안진과 투자자들을 고발한 행태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교보생명의 경영진, 담당 직원들이 개인 대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의 이익과 무관한 주주간계약 분쟁에 개입하여 회사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스스로 교보생명 주식의 가치가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애초에 협의할 생각이 없었다”

딜로이트안진 측은 ‘풀옵션 행사 가격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측은 풀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딜로이트안진은 행사 시점이 아닌 지난 2018년 6월 기준으로 직전 1년 업계 주요 기업들의 주가를 사용해 가격을 의도적으로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안진은 “풋옵션 가격을 산정할 당시 교보생명 측이 가치평가에 필요한 서류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때문에 가치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6월 기준으로 비교 기업들의 주가와 재무제표를 분석해 가치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는 이번 교보생명의 고발에 대해서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다 고발해도 되냐”며 “신창재 회장이 협상에 시간을 끌기 위해서 소송을 제기한 속내가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FI의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 행사 시 투자자들과 신창재는 각각 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액을 교환한다. 평가액의 차이가 10% 이하일 경우엔 그 평균가격으로 정하고, 10%를 넘어서면 제3의 감정기관의 평가액을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정하기로 했다.

FI측은 “만약 신창재 회장이 평가기관을 선정하여 평가액을 제시하고 그 금액이 딜로이트 안진의 평가액과 10% 이상 차이 났었다면,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평가액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고, 제3의 평가기관이 정한 평가액이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결정되었을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딜로이트 안진을 평가기관으로 선정하여 평가액을 제시하였으나, 신창재 회장은 평가기관 선정조차 하지 않고 절차를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이 공인회계사의 공정·성실 의무 등을 규정하는 공인회계사법 제15조 3항과 22조 4항을 위반했다고 보고있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위촉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이에 가담 및 상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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