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사업 속도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였던 서울 여의도 미성아파트와 목화아파트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일몰제 연장으로 재건축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열린 올해 첫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에서 여의도 아파트지구 내 미성·목화아파트 재건축 사업구역에 대한 일몰기한 연장에 원안동의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3월 영등포구청이 일몰제 연장 착수에 본격적으로 돌입한지 10개월 만이다. 일몰기한 연장은 도계위 자문 후 서울시가 최종 결정해 고시하게 된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일정 기간동안 정비사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 뒤 2년 이내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2년 내에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하지 않을 때 적용된다. 정비구역에서 한 번 해제되면 강화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적용받게 돼 사업을 재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미성아파트(577가구)와 목화아파트(312가구)는 각각 1978년과 1977년에 준공된 노후 단지다. 두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위해 2009년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렸지만, 10년 넘도록 조합을 설립하지 못해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상황이 바뀌었다. 영등포구청이 두 단지에 대한 일몰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연장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희망 걸지만..."규제 완화 쉽지 않아"
미성ㆍ목화아파트가 정비구역 해제 위기를 딛고 재건축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 중인 시는 2018년 한차례 마스터 플랜 수립을 보류한 뒤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큰 시범아파트(1578가구)는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고, 지난 2018년 정비계획안으로 도계위 심의에 도전장을 냈지만 퇴짜를 맞았다. 시범아파트는 열악한 주거 환경과 안전사고의 위험성 등을 알리기 위해 최근 안전사고백서까지 펴냈다. 공작아파트와 수정아파트의 정비구역 지정안 역시 보완을 이유로 반려됐다.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들이 노후했지만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미성ㆍ목화아파트도 최근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지만 앞으로 사업 전개가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현장에선 "주민들은 이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지쳐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오는 4월에 있을 서울시장 보권설거에 한 가닥 희망을 거는 모양새다. 서울시 수장이 바뀌면 꽉 막힌 재건축 사업 난관이 뚫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다만 새 서울시장 출범 이후에도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 기조가 바뀌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새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반하는 정비사업 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