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부터 주식을 시작한 직장인 A 씨는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가 걱정에 밤을 지새우고 있다. 평소 주식엔 도통 관심이 없었던 A 씨지만 '9만 전자'에 이어 '10만 전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소식에 급하게 11일 삼성전자 주식을 최고점인 96층(9만6000원대)에서 매수했기 때문.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조정'(주가가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 하는 것)을 받으면서 A 씨는 언제쯤 '구조대'(매수가격으로 다시 가격이 돌아오는 것)가 찾아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적어 '주린이(주식+어린이)'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주식으로 향하면서 시장의 과열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증시에 대한 과열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더 오를 것'이라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퍼져있는 데다가 '가만있다가 나만 기회를 놓치고 뒤처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포모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이 퍼지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신규 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은 통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신규 계좌가 대폭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21일 기준 3647만8739개로, 지난달 31일(3548만5401개)보다 99만3338개 늘었다.
같은 시기 개인 순매수액도 크게 증가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일부터 21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8942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조1659억 원)보다 약 640%(11조7283억 원)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 초 개미들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4일부터 21일까지 개인투자자는 6조4257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견인했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 역시 2위(1조3557억 원)를 기록했다. 22일 종가 기준 8만6800원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2월 28일 장중 8만1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8만 전자'(8만 원+삼성전자)가 됐다. 8일엔 장중 9만 원을 기록해 '9만 전자'가 됐으며, 11일에는 장중 최고가인 9만6800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경신했다.
개미들은 주로 '믿고 보는' 대형주에 몰렸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빼고 봐도 그렇다. 4일부터 21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대형주였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빼고 개인이 많이 산 코스피 종목으로는 현대모비스·SK하이닉스·기아차·SK바이오팜 등의 순이었다. 주식투자에 막 뛰어든 개인 투자자로서는 변동성이 큰 종목보다도 안정적인 대형주에 관심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B 씨는 올해 초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통해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다. '10만 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지인의 부추김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그는, 이후 주가가 급등하자 최고가를 찍었던 11일 추가로 주식을 매수했다. 8만3000원대였던 평균 단가는 순식간에 8만9000원대로 치솟았다. B 씨는 "친구들이 계속 주식 관련 글을 보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돈도 벌고 싶어서 주식을 시작했다"며 "처음엔 주가에 신경을 쓰다가 이젠 적금 넣어놨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신 이를 계기로 진지하게 주식 투자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C 씨도 최근 주식을 시작했다. C 씨는 "근로소득이 조금 남는 기회가 있어 투자를 알아봤는데 처음엔 해외 주식을 소액으로 시작했고 국내 주식도 조금씩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단어나 차트 등이 아직 어렵고 투자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액 투자라 많이 공부는 안 했지만 많은 돈을 투자하면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개인 투자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동성 공급'과 '포모증후군'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이 제로 금리와 함께 왔다. 기준금리가 0.5%인데 이렇게 낮은 예금 금리에 만족할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조금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으로 옮겨봐야겠다는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집을 사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이 갈 수 있는 곳은 주식시장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포모증후군' 또한 신규 투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황 연구위원은 "남들이 다 주식을 하는데 나만 안 사고 있으면 왠지 뒤처질 것 같은 위기감이나 두려움 때문에 주식시장에 뒤늦게라도 진입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열풍'의 문제점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쏠리는 것을 경고했다.
실제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증권투자에 들어간 돈은 총 40조400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주식과 펀드에 22조5000억 원, 채권에 9조7000억 원, 해외주식에 8조2000억 원이 들어갔다. 반면 은행 예·적금에 들어간 돈(금융회사 예치금)은 24조5000억 원으로 10.3%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실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주식으로만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물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회복된다 하더라도 상승하는 정도는 한정돼 있어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출을 통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소위 '빚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는 21조304억 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약 2333억 원 줄어든 수치(21조2637억 원)이기는 하지만, 18일 사상 최대치인 21조3465억 원을 기록한 이후로 계속해서 21조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성태윤 교수는 "최근 들어서 신용 대출에 기반을 둔 투자로 보이는 자금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위험하다"며 "장기 투자는 시장에서 가격이 변화하더라도 버틸 수가 있는데 대출로 투자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버티기가 어렵다. 이러한 투자자의 경우엔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하고 떠날 가능성이 있고 이 자체가 시장을 하락시키는 압력이 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신규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옳을까. 최근 주식시장에 신규 진입한 투자자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 여력'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자기의 투자 여력 안에서 투자 범위와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며 "신규 진입자에게 빚을 내서 투자하는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항상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특징들이 관찰되는데 단기 투자로 계속해서 꾸준한 성과를 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장기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