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실보상법 포퓰리즘,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입력 2021-01-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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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여당은 홍 부총리에게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기획재정부를 개혁저항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상반기 입법을 공언했다. 잠재적 대선주자라고 해도, 행정부 수반이 국가재정의 건전성은 전혀 도외시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논의하겠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정상황과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코로나 사태 이후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국가채무 총액이 내년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중이 올해 47.3%, 내년 50%를 웃돌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당 압박에 밀려 기재부도 결국 입법을 따라가는 상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 걱정스럽다. 코로나 위기가 심화하면서 피해계층 지원이 시급하고,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확장 재정이 불가피한 현실인 건 맞다. 그러나 그것도 재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여당이 재난지원금에 이어 또 밀어붙이는 손실보상제는 선거를 앞두고 계속 돈을 풀겠다는 건데,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겠다는 건지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손실보상 비용이 한 달에 최대 24조 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4개월만 지급해도 100조 원에 달해 우리 복지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적자국채 발행으로 나랏빚을 또 엄청나게 늘려야 한다. 결국 증세가 뒤따라야 하는데, 선거를 앞두고 국민 반발을 의식해 증세 얘기는 꺼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 피해가 집중된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25%를 넘어 선진국들의 2배 수준이다. 이들을 직접 지원하려면 다른 선진국보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손실보상의 법제화는 앞으로도 재난상황에서 영업을 국가가 제한할 때 피해보상이 일시적인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재정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다른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손실보상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법제화하지는 않는 이유다.

 피해보상은 물론 필요하지만 재정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재난으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산정하고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할지 공정한 기준과,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심도 있는 검토와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선거용 포퓰리즘 입법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재정건전성을 완전히 허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세금 수입은 줄고 나랏빚만 크게 늘어 재정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부터 깨달아야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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