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중 가장 비싼 네 단어는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 낙관적인 전망에 도취해 있는 시장에 위험을 알리기 위해 존 템플턴 경이 쓴 문장이다.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그랬다.
증시 낙관론자들은 지금도 3000시대를 연 코스피에 ‘축배’를 들면서 버블에 대한 우려보다는 저평가 해소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 곳곳에서 ‘제2의 닷컴버블’을 우려케 하는 징후들이 감지된다.
2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증시 활황을 틈타 유사투자자문업자와 함께 일반인들의 불법 ‘주식 리딩방’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센터장’, ‘애널리스트’ 등으로 지칭하면서 주린이를 유혹하고 있다. 대부분 주식 리딩방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프리미엄 정보’라는 미끼로 비싼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한다.
개미들을 울리는 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 초보자를 뜻함)를 대상으로 먹잇감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가짜 ‘HTS’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사설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내려받도록 유도한다. 이후 투자금 입금을 요구하거나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속인 뒤 출금을 요구하면 투자금 환급을 미루다가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빚투족을 노린 불법 스팸도 기승을 부린다. 스팸 차단 애플리케이션 ‘후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후후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식·투자’ 스팸은 154만건이 접수됐다. 지난해보다 62% 늘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전체 신고에서 주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져 최다 신고 유형 2위를 차지했다.
상장사 허위 공시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계약·판매 규모를 부풀려 공시하거나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한 후 장기간 연기하다가 취소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과열된 시장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총 7개의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1조 원 규모의 허위 마스크 계약 논란을 일으킨 엘아이에스, 씨엔플러스가 공시 불이행 유형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이름을 올렸다. 네스엠은 자금조달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늦춰 공시 변경을 이유로, 나머지 기업들은 공시번복으로 대상자가 됐다.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허위 공시라 할지라도, 공시위원회에서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소명하면 회사 입장을 충분히 참작해주는 분위기”라며 “허위 공시로 얻는 이득과 거래소 제재를 비교했을 때, 이득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