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무역분쟁 우려 수그러질 듯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가리는 전문가 패널이 한국 손을 들어줬다. 우리 정부의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인정해 FTA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와 EU 간 통상 분쟁 우려가 수그러질 전망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전문가 패널이 우리 정부가 3년여간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인정해 한국이 협정문을 위반한 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패널의 이번 결정은 우리 정부가 ILO 핵심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등 3개를 비준하기 위해 마련한 노조3법 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이뤄진 심리 결과다.
2019년 7월 EU는 우리나라가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FTA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패널 소집을 우리 측에 요청했다. 몇 달 뒤 패널 활동이 진행됐고, 최종 심리 결과가 담긴 보고서가 20일 양측에 전달됐다.
보고서에는 한국의 노조법(개정 전)에 대한 개선 권고 사항도 담겼다. 패널은 자영업자, 해고자, 실직자 등 모든 근로자가 기업 또는 초기업 단위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 임원은 조합원 중에 선출돼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해 노조가 임원을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박 차관은 “패널의 권고 사항은 노조법 개정 전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어 지난달 노조법 개정으로 이행됐다고 판단된다”며 “올해 7월 6일부터 개정 노조법 등이 시행되면 노조 조직 형태와 관계없이 실직자,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패널이 언급한 자영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에 관한 것인데 현행법상 특고의 노조 설립과 가입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이미 배달기사, 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특고 노조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며 "향후 노조법상 보호가 필요한 특고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의 임원 자격에 관한 권고에 대해서는 "개정 노조법에 의해 노조 자체규약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며 "다만 우리 기업별 교섭관행과 노조 임원의 역할 등을 고려해 기업별 노조에 한해 노조 임원은 그 회사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제한했는데 이는 결사의 자유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국내적 특수성을 함께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심리 쟁점 사항이었던 한국의 노조설립신고제도와 관련해 패널이 협정 위반으로 볼 수 없지만 EU와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노조설립신고제도가 결사의 자유를 보다 증진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EU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패널이 한국의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해 FTA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함에 따라 우리나라와 EU 간 통상 마찰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FTA 협정 위반 판단 시 EU가 우리나라에 제재를 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이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비준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EU에 패널의 권고사항이 최근 노조법 개정을 통해 해소됐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