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실적 발표일에 '깜짝 발표'를 할지 국내 투자자들과 관련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 시장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 테슬라가 28일 오전 6시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단순 실적만 놓고 보면 김이 샐 수도 있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2020년 전기차 인도량 49만9550대, 생산량 50만 9737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50만대 돌파는 450대 차이로 도달하지 못했지만, 2020년 인도량은 2019년 연간 차량 인도량 36만7500대에서 35.93% 늘어난 수치다.
지난 4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라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가는 모습이다. 인도량을 토대로 실적을 추정하면 연간 전망치와 일치해 어닝서프라이즈는 예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4분기 실적 발표는 향후 계획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예고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신차 발표 △초대형 생산시설 투자 △혁신 신사업 진출 △배당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신제품 발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테슬라는 승용차 부문에서 '모델S', '모델3' 제품군을 구성했고, 대형차에선 '사이버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도 '모델X'에 '모델Y'를 추가하면서 인기 차종 부문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보통 신제품과 신사업 청사진(로드맵)은 연례행사인 '배터리데이'에서 발표한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시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배당 확대 가능성도 크진 않다.
이번 실적 발표일엔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생산능력 향상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가격 전략을 기대해볼 수 있다.
테슬라는 '없어서 못 파는 차'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생산 능력 확대가 곧 판매량 증가인 셈이다. 게다가 최근 대량 생산 노하우도 쌓이면서, 1~2년 내 가격 경쟁력에서도 경쟁사에 견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가치가 올해 들어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과 관련 기업도 적지 않은 만큼 테슬라의 실적 발표는 우리 증시의 일이 됐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판매는 50만대를 달성해 기존 가이던스를 충족했고, 2021년에도 신공장 건설과 신시장 진입으로 판매대수 증가는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소프트웨어·서비스의 목표 및 달성 여부가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만큼 국내 투자자가 많은 미국 기업은 애플로 같은 날 오전 8시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모바일(스마트폰·태블릿 등) 기기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현대차와 전기차 생산에 관해 논의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애플카'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애플카로 자연스레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