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사실상 차량용 반도체 가격 결정권이 완성차 업체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로 넘어가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TSMC와 그 자회사 UMC 등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 최대 15%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율 문제가 인상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대만 달러 가치가 전년 대비 6% 가까이 급등했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이며 UMC는 세계 시장 점유율 기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가격 인상은 이르면 내달 말부터 3월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실질적으로 2월 말 가격 인상이 단행된다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가을에 이어 이례적으로 대폭 인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UMC 임원은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면서도 “수급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해 자동차 부품제조사들은 완성체 업체와 매년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2~3%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원가 절감을 명목으로 후려진 가격만큼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급기야 독일, 일본,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만 당국에 증산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감산과 원가 상승이라는 고충이 겹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여파에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완성차 생산이 150만 대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