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4774만 원.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는 한국예탁결제원 임원들이 받은 2019년 연봉이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에 속한다.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국민 이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해 ‘임원 퇴직금 산출 시 성과급을 제외하라’는 기획재정부의 권고가 내려졌지만, 해를 넘겨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칙상 퇴직급여제도 운영 대상은 ‘임원’이 아닌 ‘직원’인데도 공공기관 임원 ‘밥그릇’ 챙기기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월 예탁원은 임원의 퇴직금 산정 기준에 ‘성과급’을 포함하는 임원퇴직급여지급 기준안을 개정했다. 개정 전에는 기본연봉의 월평균치를 근거로 퇴직금을 산출했다면 이제는 성과급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2019년 평균보수 3억4774만 원을 근거로 단순 계산하면 퇴직금이 지금보다 최대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기재부가 ‘임원’ 퇴직금에는 성과급을 반영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리자 예탁원은 변경 전 규정으로 원상 복귀할 예정이라고 이투데이에 밝힌 바 있다.
당시 예탁원 관계자는 “임원 퇴직금에 성과급을 반영하는 규정은 추후 주주총회에서 되돌릴 예정”이라며 “현재 규정 기준으로 퇴직금을 받은 임원은 아직 없으며 임기 등을 고려했을 때도 적용 대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직원 퇴직금에 성과급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권고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남의 일이 됐다. 예탁원은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고용부 지침을 근거로 ‘직원’ 퇴직급여규정 수정안만 통과시켰다. 다만, 되돌리기로 한 임원 보수 수정 안건은 충분히 함께 올릴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시장 신뢰회복에 나선다는 예탁원 행보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예탁원은 홍역을 앓았다. ‘단순 사무만 대행했는데, 공모자처럼 인식돼 억울하다’는 입장도 보였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신뢰 회복을 외쳤다.
그 일환으로 올해 예탁결제원은 외부 컨설팅도 받는다. 삼일회계법인에 ‘금융시장 지원기능 재정립 컨설팅 실시 용역(자산운용시장 지원기능 중심으로)’ 맡겨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2015년 삼일회계는 예탁원 컨설팅을 통해 펀드사무관리업무 비효율성을 지적한 바가 있다. 당시 지적한 우려가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으로 돌아오면서 만나는 머쓱한 조우다.
예탁원 관계자는 “지난해 퇴사 예정자가 없다보니 주주총회 결의안 사안에 따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만약 적용 대상자가 있다면 바로 규정을 개정해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서 해당 안건을 상정해 되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