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모펀드(PEF)가 투자 집행에 다소 보수적 태도를 취했다면 올해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펀드 소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대형 PEF의 대다수가 드라이파우더(블라인드 펀드 내 소진하지 못한 금액)를 털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도 예상된다.
지난 11일 IMM인베스트먼트는 ‘페트라8호(페트라8호의사모투자합자회사)’에 8300억 원 규모의 출자 확약을 받아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 위메프 등을 성장시킨 VC로 주목받는다.
이 밖에도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 8조 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한앤컴퍼니도 지난해 4조 원에 가까운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해 올해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인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딜 부문 대표는 “올해도 국내 대형 PEF 중심의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예상된다. 지난해 소진하지 못한 다수의 드라이파우더 역시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술력 보유한 강소 중견ㆍ중소기업에 대한 PE의 투자 또는 인수 관심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아웃바운드 딜(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이 위축됐지만, 올해는 대기업 그룹과 대형 PEF 파트너십을 통한 메가 딜 규모의 아웃바운드 딜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PEF 운용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중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나오는 매물도 많을 전망이다. 하병제 삼정회계법인 딜어드바이저리1 본부장은 “지난해 SI(전략적투자자)보다는 PE의 거래 비중이 커졌다는 특징이 있었다”며 “올해는 PE 포트폴리오 엑시트 매물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세컨더리딜’도 활성화 전망이다. 세컨더리 거래는 사모펀드(PEF)·벤처캐피탈(VC) 등이 투자해 보유 중인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즉, 사모펀드끼리 주식·지분을 사고파는 손바뀜이 일어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투자에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PEF 간 거래인 ‘세컨더리 딜’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보훈 안진회계법인 파트너도 “올해 펀드 규모 양적 증가에 따라 PE의 적극적인 M&A 시장 참여가 예상된다”며 “특히 세컨더리딜이 증가하는 등 사모펀드 투자 포트폴리오의 투자회수(Exit)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효석 한영회계법인 전략·재무자문본부 파트너도 “PE들의 포트폴리오 매각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대기업 등 매수자 확보가 쉽지 않아 펀드에서 펀드로 딜을 하기 위한 세컨더리 펀드의 확대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코닌 탐 PE부문 공동대표도 지난해 9월 ‘제2회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향후 몇 년간 세컨더리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경기 둔화기에 세컨더리 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