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도 이어져
배터리 생산 비중 70% 차지한 중국과 경쟁해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계가 밀려드는 투자금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시장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까지 나오며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리콘 기반 양극판 제조 스타트업 실라나노테크놀로지스는 이날 5억9000만 달러(약 650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양극판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실라는 투자금 대부분을 배터리 원료 생산 공장 신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2025년 양극판 제조 공장이 건설되면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을 제조하는 스타트업 로메오파워는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캐나다 광산업체 리튬아메리카는 네바다주 리튬 생산을 위해 4억 달러를 조달했다.
삼성SDI와 공급 계약을 맺은 호주 배터리 소재 개발업체 노보닉스는 올해부터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공장에서 생산된 인조흑연 500t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도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안에 조지아주 제1공장에서 배터리 시험생산에 들어가고, 제2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 중 하나로 전기차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향후 4년간 배터리와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부문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결합해 미국에서 미국인 노동자가 만든 전기차로 관용 차량을 바꾸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미국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이 2030년까지 383기가와트(GW)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0GW에 비해 6배 넘게 증가하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서 2025년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확대 계획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요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배터리 공장 설립에 10억 달러를 투입했었지만, 제조 비용을 낮추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전기차 수요가 없자 결국 정부 보조금을 받은 공장 중 한 곳은 파산신청을 했다.
제조 비용을 낮추려면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재 배터리 생산 시장은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의 약 75%를 생산하고 있다. 리튬과 흑연 등 원료 생산과 화학 처리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원료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전기차 업계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더 많아지면 제조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돼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