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종사자 이샛별 씨(32·가명)는 ‘가치투자’나 ‘모멘텀 투자’라는 말을 모른다. ‘장맛은 묵힐수록 좋다’는 말처럼 좋은 기업에 투자해 오래 묵히는 게 그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매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들여다볼 처지가 아녔다. 그는 “고심끝에 삼성그룹주와 정보기술(IT)그룹주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면서 100%가 넘는 수익률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현재 이 씨 펀드의 자산규모는 투자원금의 두 배가 넘었다.
송 씨와 이 씨가 투자한 펀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과 IT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들은 설정 첫날 가입해 5년 이상 보유 중인 극소수의 장기투자자들이다.
2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섬성그룹주펀드와 IT펀드, 원자재펀드(주식), 레버리지펀드의 5년 장기 수익률이 1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익률도 삼성그룹주펀드 8.18%, IT펀드 8.60%, 레버리지 10.81%, 원자재(주식) 3.15%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전체 44개 주요 테마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도 54.94%에 달했다. 2년 33.57, 3년 16.64%보다 높다.
하지만 5년 장수펀드라고 다 수익률이 높지는 않다. 44개 테마펀드 중 ETF(주식)와 농산물펀드는 각각 -20.18%, -2.02%로 부진하다.
장수펀드의 수익률이 뛰어난 건 이른바 ‘대표선수 효과’도 있다. 운용사가 간판 펀드 수익률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펀드 계좌에 낸 돈이 늘어남에 따라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 또한 함께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적립식 펀드 열풍과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증시 대폭락, 중국 펀드의 몰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장기 투자가 고수익을 약속한다는 판매사의 달콤한 광고를 더 이상 맹신하지 않을 만큼 급변하는 주식 시장에서 희비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불안은 펀드런으로 이어졌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연초 후 1조 3410억 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는 증시 관련 뉴스 중 하루 이틀의 증시 상황 관련 내용만 놓고 보면 악재는 더 비관적으로, 호재는 더 장밋빛으로 느껴지기 쉽다”면서 “주식 시장이나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두고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나름의 예측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