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나스닥거래소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이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로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태생부터 글로벌 회사를 지향한 쿠팡이지만 국내증시가 아닌 미국증시 문을 두드린 것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장벽인 낮은 요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주간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컨피덴셜(기밀)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이후 국내외 투자자 모집을 위한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업계에서는 온라인 강자로 통하는 쿠팡의 상장설이 솔솔 나왔다. 나스닥 상장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 쿠팡에 대해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쿠팡의 나스닥상장은 이르면 올해 2분기쯤 이뤄질 것"이라며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약 32조8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쿠팡이 한국보다 미국 시장을 택한 데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평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적자 기업이라도 미래 성장성이 높다면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PER(주가수익비율)도 국내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사업 모델 특례상장이나 테슬라 상장의 경우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 있다"며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을 보고 코스닥 입성을 허용하는 일명 '테슬라 상장'도 거래소 분위기가 수익성과 사업성이 부족하다면 예비심사 승인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의 경우 상장 요건에서 사업이익과 매출, 자기자본 등을 평가하는 '경영성과 및 시장평가' 항목이 필수다. 아울러 '피어그룹(경쟁기업)' 기준을 적용받는데 쿠팡의 경쟁사로 꼽힐만한 기업이 없는 데다 누적적자가 무려 3조7000억 원에 달해 덩치 큰 쿠팡을 코스닥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보다 하이테크 기업에 개방적이고 기술주 상장에서 매출의 연속성만 있으면 이익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2016년과 2017년, 2019년 적자를 기록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와 성장성이 높이 평가받는 테슬라가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 기업공개(IPO) 관계자는 "쿠팡이 특례 조건 등을 통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이후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며 "보다 자금이 풍부한 미국 시장에 입성하는 것이 쿠팡에도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