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日 경차 수요 대체할 수도
경제성과 소형 엔진으로 유명한 일본의 경차 시장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쇠퇴 위기를 맞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가 2023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를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할 것이라는 방침을 천명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 왔던 일본 경차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고 1일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경차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일본 특유의 좁은 도로에 맞는 편리성을 무기로 꾸준하게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도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일본 도로의 85%는 경차가 아니면 상호 통행할 수 없다”며 경차를 ‘국민차’라고 칭했을 정도다. 현재 일본에서는 3000만 대 이상의 경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며, 신차 판매에서도 경차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쇼크는 경차 수요에 더 불을 지폈다. 일본에서는 작년 한 해에만 총 170만 대의 경차가 팔렸다.
문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가격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쿄도카이리서치의 기우라 세이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경차를 전기차로 전환했을 때 가격이 100만~200만 엔(1069만 원~2138만 원) 오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을 때에는 50만 엔가량 상승하게 된다. 지금보다 경차 가격이 두 배 뛴다는 의미다.
호리이 히토시 전국경차협회연합회 회장은 “경차의 생명은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것에 있다”며 “전기차로의 전환에 그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4년 전부터 일본 북동부에서 농사를 짓는 하라마츠 노조미 씨 역시 “가격이 오르면 경차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대중교통이 한정된 지방에서는 경차가 생필품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생명선”이라며 “저렴한 가격 등의 특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쿄 컨설팅 회사 카노라마의 다케시 미야오 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차 제조사들에 있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값싼 중국 전기차가 시장에 진입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너럴모터스(GM)의 경상용차 합작사인 상하이GM우링의 3인승 해치백 미니 전기차는 현재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5000달러(약 559만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시중에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