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범진보정당 국회의원 161명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의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는 헌정 사상 세번째이며,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은 처음이다.
민주당 이탄희,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국회의원 161명은 정당과 정파의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법농단 헌법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소추안에는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 150명,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전원,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이 동참했다. 가결 정족수인 151명은 훌쩍 넘겼다. 법관 탄핵 소추안이 사실상 당론 성격을 갖게 되면서, 이르면 오는 4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임 판사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회부 사건 등에서의 판결 내용 사전 유출 혹은 판결 내용 수정 선고 지시 등을 명시했다.
이들은 임 판사에 대해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첫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안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2월 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임성근 판사에 대해 한달만에 국회 소추의결과 헌법재판소 심판을 종결하는 것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판사가 퇴임한 이후 탄핵절차에 돌입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소추로 보거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들은 "이대로라면 법원도 공인한 반헌법행위자 임성근은 전관변호사로 활약하고 다시 공직에도 취임할 수 있다"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친다면 사법농단의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을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될지 모른다"고 탄핵 소추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 "이번 탄핵소추의 실익을 묻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절차를 앞서서 계산하는 접근법에 반대한다"며 "국회는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상 의무를 마지막까지 다하면 된다. 그리고 각자가 역사와 국민 앞에 자기의 헌법적 역할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오후 국회 의안과에 임 판사 탄핵소추안을 합동으로 제출했다. 법안을 주도한 이탄희 의원은 소추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몇 분 뵌 적 있는데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에 대해선 어느 한 분도 반대하는 분은 없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보도 속에서 입장을 정한 분도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 책무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탄핵소추안인만큼 국회의원 모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맞불 작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같은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 중립성을 훼손했고 이를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법관탄핵안이 발의된 원인을 제공한 시절 집권여당이었다"면서 "국민의힘이 반헌법적 사법농단을 바로잡는 일에 동참하지 않고, 도리어 반대하고 나선다면 또다시 사법농단 재발을 방조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판사 출신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법관 탄핵은 사법부 길들이기가 아니다"며 "사법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