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견제 아시아 정책·민주주의 수호자, 모두 시험대로
중국 "미얀마의 좋은 이웃 될 것" 쿠데타 관망
미얀마, 지정학적 요충지로 중국 에너지·안보에 필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얀마에서 벌어진 군부 쿠데타를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무력이 국민의 뜻 위에 군림하거나 신뢰할 만한 선거 결과를 없애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기초로 미얀마의 제재를 해제했다”며 “이러한 진전을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며,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 쿠데타는 단순히 아시아 민주주의 위기가 아니라 동맹을 결속해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대적인 제재를 복원하자니 자칫하면 수세에 몰린 미얀마가 중국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미얀마를 내주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다. 제재하더라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얀마 주민들이 떠안게 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자니 가뜩이나 대선 불복 및 의사당 난입 사태로 추락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위상이 다시 한번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 가치는 인권 문제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핵심에 자리 잡는 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얀마를 중국에 밀착시키지 않으면서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이번 미얀마 쿠데타가 견고한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 중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얀마 쿠데타가 바이든 정권의 대중 구상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옹호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시험대가 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얀마의 민주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을 지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내세워 왔던 성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대외 정책의 무게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는 아시아균형(재균형)을 내세웠다. 그러나 아시아 균형은 중국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미얀마 민주화가 주요한 성과로 꼽혔다. 이번 바이든 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게 된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 역시 당시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사 중 하나라고 WP는 설명했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 남부 내륙에서 인도양으로 통하는 경로를 제공하는 미얀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미얀마 국군이 중국의 광역 경제권 ‘일대일로’를 둘러싼 구상에도 종종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중국은 미얀마에서 파이프라인을 이용,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믈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천연가스와 원유를 수입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또 미얀마 사태를 둘러싼 전개 과정은 동남아에서 미·중 패권 싸움 향방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닛케이는 ‘부상하는 중국, 쇠퇴하는 미국’이라는 구도를 배경으로 아시아에서 강권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얀마는 물론이고 태국과 캄보디아, 필리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2014년 쿠데타를 거쳐 군이 계속 정권을 잡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2018년 제1야당을 강제로 해산한 뒤 총선을 치러 훈센 총리의 장기 집권 체제가 37년째 계속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인권 무시로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