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 중 코스피지수가 1400~1500포인트로 가장 낮았던 지난해 3월 약 1조 원이었던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이, 3100~3200포인트로 가장 높았던 올해 1월에는 약 6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신중론을 펼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구매력은 몇 배 더 강해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에서 힘을 발휘한 동학개미들의 기여에 더해 실물 자산 가격 상승 및 유동성 확대로 갈 길을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지난해 중반부터 코스피지수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고, 이것이 다양한 ‘투자 성공 사례’로 연결되어 더 많은 신입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끌게 한 것이다. 구매자들이 많아져 주가가 오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일 터인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왜 자꾸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까?
주식은 전략적 상호보완재(strategic complements)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재화에 대한 매매 결정은 마치 눈치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산 주식을 남들이 많이 사면 좋은 것이고, 많은 이들이 팔려고 하는 주식이라면 나도 파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쉽게 말해 남과 비슷하게 행동할 유인(incentive)이 존재하는 재화(goods)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상호보완성에만 의존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그 시장 전체의 투기성이 증가하고 기업의 기초가치(fundamental value)가 무시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개인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면 그 기업의 주인(중 한 명)이 되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기업의 주식 중 아주 적은 부분밖에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보유량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배당금 수입을 기대하기보다는 주가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주식을 구매한다. 따라서 투자 결정에 있어 해당 기업이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느냐보다는 시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 회사 주식을 얼마나 많이 살 것인가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기초가치를 무시하고 주식의 전략적 상호보완성에만 의존하여 거래를 하는 것이 바로 투기적 주식매매 행위이다.
‘투기적 매매’가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가치투자’를 압도하게 되면 주식시장은 마치 가상화폐 시장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가상화폐 시장은 구조적으로 기초가치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이해 부족은 해당 자산과 관련된 정보를 선별해 내기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엉뚱한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려 거래를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자연스레 높은 가격변동률(volatility)로 연결되는데,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내리는 이러한 시장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카지노에서와 같이….
“지금 같은 시장에서 주식 안 하면 벼락거지 된다던데….” 소위 FOMO(fear of missing out)라 불리는 ‘나만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 심리’에 휩쓸려 무턱대고 주식을 사는 것은 마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아니 친구 따라 카지노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오른다 카더라”만 믿고 “가즈아”를 외치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바람잡이가 돈을 따는 모습을 보고 야바위판에 돈을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딜 가는 것인지도 모르고 옆 사람을 따라 전장으로 돌진하는 병정개미보다는, 내 앞에 주어진 길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고민하는 똘똘한 일개미가 되어야 한다. “지금 같은 시장에서 무턱대고 주식을 하면 벼락거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