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법정관리 가나
산은 “현 상황서 자금 지원 없다”
P플랜 절차 돌입 사실상 불가능
부품 협력업체 결제 대금 미지급
평택공장 등 생산 중단·가동 반복
쌍용자동차의 매각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결정을 보류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재 상태에선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 신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쌍용차가 향후라도 HAAH 측과 협상을 통해 투자를 이끌어 내고, 회생계획을 내놓으면 이를 검토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가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매각 협상에서 손을 떼면서 P플랜을 통해 법원, 신규 투자자, 채권단과 함께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P플랜은 정식 회생절차 개시 전 미리 회생계획안을 내고, 법원의 인가 직후 계획안에 따라 채무 조정, 신규 자금 수혈을 진행해 이른 시일 내 법정관리를 졸업하게 하는 제도다. 쌍용차는 이달 중 사전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4월 말까지 P플랜을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HAAH가 P플랜을 통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출국하면서 실효성과 관련해선 의문이 제기됐다. 쌍용차가 P플랜에 돌입하려면 전체 채권의 절반 이상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산은이 거부 뜻을 밝힌 이상 P플랜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1일 자율구조조정(ARS) 방식의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후 쌍용차와 마힌드라, HAAH, 산은 등 4자는 투자유치협의회를 구성해 매각을 위한 자율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HAAH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마힌드라가 협상장에서 나갔다. 이후 쌍용차는 P플랜 준비에 나섰지만, HAAH 측은 쌍용차의 관련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출국했다. 매도자에 이어 매수자도 자리를 뜬 것이다. 산은은 HAAH 측이 한국에 다시 돌아올 지 등에 대한 연락을 받은 건 없다고 했다.
최초 P플랜에는 마힌드라 보유지분(74.7%)을 감자를 통해 크게 낮추고 HAAH가 총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1%를 확보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이와 관련, 산은에 유상증자 금액만큼의 금융지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AAH의 신규 투자 자금은 신차 개발 등 쌍용차의 미래 전략을 위해 사용하고, 당장의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게 HAAH의 논리였다.
그런데 HAAH는 관련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증빙 서류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안영규 기업 부문 부행장은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에게 자금조달 관련 증빙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재적 투자자는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면, 그에 근거해 재무적 투자자(LP)로부터 자금조달 증빙(LOC)을 발급받을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쌍용차가 협력업체의 미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공장이 중단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를 포함한 대기업 부품업체와 일부 영세한 중소 협력업체가 미결제 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부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고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부품이 들어오는 대로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협력업체 비상대책위는 지난달 28일 쌍용차와의 간담회에서 논의 끝에 쌍용차의 정상 가동을 위해 P플랜 돌입에 동의하고 부품 납품도 지속하기로 했다. 다만 협력업체 16곳이 대표로 참여한 비대위의 결정에 일부 대기업 부품업체와 영세업체가 반발하며 부품 납품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쌍용차는 기업 회생 신청 직후 대기업 부품업체가 현금 결제를 요구하며 부품 납품을 중단하는 바람에 평택 공장의 가동을 이틀간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