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권과 관계 악화 불가피
국민연금 등 주주 반발 변수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재무 건전성을 명분으로 주주 배당 삭감을 요구하고, 여권은 이익 공유제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는 결국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배당성향 20% 이내)’을 은행권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대출 연체 등 금융 시스템 건전성이 우려되는 만큼,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주주 배당을 줄여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라는 취지다.
졸지에 배당금이 축소된 금융지주 주주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IR(투자자 대응·관리) 담당 부서에는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당국의 배당 규제 얘기가 나온 지난해 말 이후 외국인 주주들이 IR 부서에 계속 관련 사안을 문의하고 있다”며 “배당성향 권고에 대한 주주의 반대 입장을 대신 당국에 전달해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나설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신한금융 9.84%, KB금융 9.96%,하나금융 9.97%,우리금융 9.88%다. 지방금융지주 지분율은 BNK금융 13.47%, DGB금융 12.61%, JB금융 10.24%다. 보유할 수 있는 한도에 맞춰 최대한 채운 수치다.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의 보유제한 규정상 국민연금은 4대 금융지주의 지분율을 10%, 지방금융지주는 15%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배당 수익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 금융당국과 코드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금융위원회가 지지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의 뜻대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축소에 대해 금융위는 어디까지나 ‘권고’를 했기 때문에 선택은 전적으로 금융사 몫”이라며 “주주들의 불만이 금융위가 아닌 금융사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정부·여당의 온갖 요구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