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호가 1억 이상 올라
"요금 비싸 효과 미미" 지적도
#. 경기 양주시 옥정동에 있는 'e편한세상 옥정어반센트럴'. 이 아파트 전용면적 74㎡형은 지난달 23일 4억95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최고 거래가(4억1200만 원) 기록을 2개월만에 갈아치웠다.
#.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고양 삼송 동원 로얄듀크' 전용 116㎡형은 이달 13일 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역시 두 달만에 5000만 원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양주ㆍ고양시 등 그동안 저평가받던 경기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7월 개정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 촉발한 전세난에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꾸준히 늘어난 탓이지만, 최근 들어 가격 상승폭이 유독 가파르다.
불쏘시개는 다름아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양주시 옥정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 인구 분산으로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GTX 개발사업이 되레 경기 외곽권 주택시장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고양시 아파트값 한달 새 4.83% ↑…양주시도 2.15% 올라
KB부동산에 따르면 고양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월 한 달새 4.83%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2006년 11월(9.42%)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양주시는 2.15%, 남양주시는 2.84% 뛰었다. 모두 GTX가 관통하는 수혜 지역들이다.
실제로 양주시와 고양시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GTX 개발 관련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다. 작년 12월 중순 양주(덕정역)와 수원을 잇는 GTX-C노선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지정과 시설사업 기본계획안이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곧이어 GTX-A노선 창릉역 신설 확정이라는 호재가 터져나왔다.
양주시 옥정동 'e편한세상 옥정 에듀써밋' 전용 74㎡형은 지난해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매매값이 5억 원을 넘어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최고 거래가는 4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달 들어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최고 5억 원대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9억 원 대에서 팔리던 고양시 삼송동 '삼송 스타클래스' 전용 84㎡형은 올 들어 10억 원을 찍었다. 삼송동 S공인 관계자는 "GTX 호재가 최근 집값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며 "아파트 매물을 찾은 실수요자는 많은 데 매물이 거의 없어 가격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센 파급력 몰고온다" vs "예상보다 영향력 크지 않다"
시장에선 GTX 개발사업이 향후 주택시장에 더 센 파급력을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예비타당성 심사와 착공, 준공 시점 등 3차례에 걸쳐 집값이 한바탕 요동을 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GTX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동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만 예상보다 비싼 이용 요금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공개했던 GTX 킨텍스역(A노선)에서 서울역까지 운임 요금은 편도 3500원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가 한 달동안 이 요금으로 출퇴근을 할 경우 약 30만 원이 든다. 여기에다 GTX가 수년 뒤에 개통하는 것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률 등으로 현재 예상 금액의 두 배 이상 가격이 뛸 수도 있다. 시장에선 이용요금이 GTX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향후 GTX 운임이 편도 기준으로 5000~7000원까지 뛸 가능성도 있다"며 "'빨대효과'(고속철도 등의 개통으로 인한 대도시 집중 현상)로 서울 재진입 수요가 늘어 수도권 외곽 집값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