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점유율 16.8%…1억 원 이상 고급 수입차 판매량 전년 대비 48% 급증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100대 중 17대는 수입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사치재’라는 눈총을 받던 수입차는 성장을 거듭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16.8%에 달했다. KAIDA 집계가 시작된 1987년 이래 최고치다.
특히, 월간 점유율은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2월 수입차 점유율은 20.2%를 기록한 데 이어 12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21.6%를 돌파했다. 한 달간 팔린 자동차 10대 중 2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KAIDA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테슬라 등 비회원사의 판매량까지 고려하면 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가 처음부터 국내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거둔 건 아니다. 비판적인 사회적 시선과 각종 규제로 20세기까지는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했다.
정부는 1987년 1월에 수입 대형차와 소형차 시장을 우선 개방했고, 이듬해 4월에야 규제를 풀며 전면적인 개방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에는 수입차가 국내 완성차 산업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외화 낭비, 사치의 상징으로 비난받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세계화 바람을 타고 규제가 차츰 사라졌고, 1995년에는 BMW가 업계 최초로 국내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이듬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은 처음으로 1만 대를 넘겼지만, 여전히 점유율은 국산차에 밀리며 0.8% 수준에 머물렀다.
급격한 성장세는 다양한 브랜드와 차종이 상륙하기 시작한 21세기에 시작됐다. 수입차 점유율은 2002년에 처음으로 1%를 넘어섰고, 10년 뒤인 2012년에는 10%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치인 27만4859대가 판매되며 신기록을 다시 썼다. 같은 해 국산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 늘어난 데 비해, 수입차 판매량은 12%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지속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이 해외여행 등에 소비되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차 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억 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48%나 급증하며 전체 가격대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거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와 가격대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수입차 판매량이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특히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의 고급 브랜드가 흔해지면서 더 희소성 있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도 수입차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KAIDA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된 수입차는 2만2321대로 집계됐다. 작년 1월보다 26.5% 증가한 수치로, 역대 1월 판매량으로는 최대치다.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업계가 연초부터 신차를 투입했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며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달 베스트셀링 모델은 1205대가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 250으로 나타났다. 2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 350 4매틱(802대), 3위는 BMW 520(622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