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성(가명ㆍ31세) 씨는 허탈하다고 했다. 그는 206달러에 구매한 게임스톱을 지난 2일 98달러에 정리했다. 평가손실은 1082만 원. 3개월 치 월급을 날리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작년 3월 폭락장에 뛰어들지 못한 게 최대 실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담담히 말했다.
‘게임스톱’에 참전한 서학개미가 총알받이가 돼서 돌아왔다. ‘한탕’을 노리고 뒤늦게 베팅한 투자자들이 50%가 넘는 손실을 봤다. ‘시장 민주주의 승리’, ‘공매도와의 전쟁’ 등의 이름으로 게임스톱 대란이 포장되기도 했지만 결국 피해는 개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게임스톱 본질은 시장 정의보다는 버블 광풍이 낳은 ‘욕망’이 본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게임스톱 주가가 폭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따르면, 게임스톱은 전날보다 60% 하락한 주당 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0.8%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내렸다. 게임스톱 주가는 연초부터 지난달 12일까지만 해도 17~19달러 수준에 그쳤다.
지난 한 달 동안 공매도 세력과 개미 공방 속에 주가는 1600%나 뛰기도 했다. 지난달 21∼25일 40∼70달러에 머물렀던 주가를 고려해보면 지난달 26일 이전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쏠쏠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게임스톱’ 매수에 나선 서학개미들은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게임스톱 주가는 27일에는 134.84% 폭등, 28일에는 44.29% 폭락했다가 다시 29일 67.87% 뛰어오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레딧 등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매수에 나선 미국 투자자들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랠리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편이다. 전문가들이 ‘묻지마 투자’를 경고한 배경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사흘간 국내 투자자들이 예탁원을 통해 매수한 게임스톱 주식은 총 9억6833만달러(약 1조796억 원) 어치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매도금액(11억3120만 달러)을 넘는 규모다. 뒤늦게 매수한 뒤 팔지 못한 많은 투자자는 고점에 물린 셈이다.
3일 새벽 주가 급락에 서학개미들이 부랴부랴 매도에 나섰다. 2일 기준 게임스톱은 미국 주식 매도 규모는 1위(3억5676만 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서학개미의 게임스톱 보유 규모도 상당하다. 3억2400만 달러로 미국 주식 보관 규모 상위 15위에 달한다. 알리바바(18위), AT&T(20위), 퀄컴(25위) 등 다른 우량주보다 큰 상황이다.
비이상적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지난 1일 CNBC에서 ‘매드머니’를 진행하는 전 헤지펀드 매니저 짐 크레이머는 “제발 부탁이다. 욕심부리지 말라. 쇼트 스퀴즈는 이미 끝났고, 추가 쇼트 스퀴즈는 없을 것”이라며 “게임스톱 주가가 60달러 이상인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대박’을 기다리기보다 이제는 빠져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주식 커뮤니티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서학개미들의 하소연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김지성 씨도 “변동성을 이용하려던 욕심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며 “최근 주식 게시판에 게임스톱 수익 인증 게시물을 보면서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 앞으로 손실을 메꿔야할 생각에 숨이 막힌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게임스톱 사태를 두고 ‘묻지마 투자’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기업 실적과 상관없는 기세 싸움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투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실 게임스톱의 주가가 기업의 가치와 관련 없이 폭등하다 보니 전문가들은 꾸준히 시장 우려를 제기해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게임스톱 대결 양상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결국 투자는 실적에 기반을 둔 장기적인 투자가 해답이라는 시장 교훈을 남겼다”며 “‘묻지마식 투자’보다 기업 가치를 고려한 기본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