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ㆍ외신 보도 이어져
“깊이 반성…올림픽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성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요시로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 중단 위기에 몰린 도쿄올림픽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전날 오후에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나왔다. 회의에는 JOC 여성 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목표가 제시됐다. 현재 JOC 이사는 25명이고, 이 중 여성 이사는 5명이다.
요시로 위원장은 자신이 명예회장을 맡았던 일본럭비협회를 예로 들며 “여성 이사가 늘자 회의 시간이 배로 늘었다”며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이사를 늘리면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며 “마무리가 어렵게 돼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의는 언론에도 공개됐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요시로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 트위터에는 요시로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발언의 진의는 본인에게 물어봐 달라”면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일본이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글로벌 성차별 보고서에서 153개국 중 성 평등 순위가 121위에 그쳤다며 요시로 위원장 발언 논란을 소개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성 평등 이니셔티브를 설명하며 “정부는 여성 이사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요시로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요시로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여러분을 불쾌하게 해드린 것을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