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모 국내사업본부장과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정모 인사관리실장은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심모 재경본부장 등 임원진 3명과 하 전 사장에게 청탁한 지방자치단체 국장 박모 씨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하 전 대표가 2013~2016년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에서 탈락한 14명의 지원자를 부당하게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2013~2017년 KAI 자금으로 구입한 1억 8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KAI의 대표이사로서 공개채용 제도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도 내외부 인사의 청탁에 따라 일부 지원자의 최종 채용 여부가 변경된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용인했다"면서 "KAI의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상당한 양의 상품권을 개인적으로 전달받아 사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2013~2017년 1분기까지 경영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선급금을 과다지급하고 손실충당금과 사업 비용을 과소계상하는 방법으로 매출 5358억 원, 당기순이익 456억 원을 분식회계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외부감사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회계 분식 유형은 관련 회계처리가 기준에 위반됨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일부는 회계 기준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회계 분식을 공모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KAI 자금으로 조성한 1650만 원을 개인적인 골프 비용으로 사용하고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샤넬 가방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 협력업체 사장에게 청탁을 받고 A 사의 증자대금 등을 수수하고 요구한 혐의 등 대부분을 무죄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