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치 적자액 791만 달러로 줄여…대상·풀무원 등 할랄인증·소스·파우더 등 변신 시도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김치 수출액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지만 10년째 ‘김치 무역적자국’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4451만 달러(한화 1277억 3876만 원 규모)로 전년보다 37.6%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무역수지는 -791만4000달러로 2012년(-423만 달러) 이후 적자 폭을 최저 수준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한국은 2010년 이래로 ‘김치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급식, 식당 등 B2B로 거래되는 김치는 대부분 수입산이고, 이 중 90%가 중국산 김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김치 수입액(1억5243만 달러) 중 99%가 중국산이었다.
세계김치연구소가 2019년 발간한 ‘김치산업동향’에 따르면 “김치용 채소 공급량 및 가격 불안정 등으로 중국산 저가 김치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김치 소비의 해외의존도가 상승하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조건이 지속하면 김치 해외의존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김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 등을 구사하며 김치의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진출해있는 대상의 종가집 김치는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전체 김치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결은 현지 공략이다. 가장 먼저 진출했던 일본에서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종가집은 김치연구소를 중심으로 김치유산균 연구를 비롯해 다채로운 제품 개발과 포장 및 유통보관 등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그 결과 일본인 입맛에 맞는 아삭하고 달콤한 현지식 김치를 만들어내 일본 시장 진출 성공을 이뤄냈다는 게 대상 측의 설명이다.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도 획득했다. 이를 발판 삼아 유대인, 무슬림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 웰빙을 지향하는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 시장에 김치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최근 4억 명 중동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무슬림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도록 허용된’이라는 의미가 있는 할랄(Halal) 인증을 받은 포기김치, 맛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등을 판매하는 등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5~6년 전만 해도 미국 내 김치 구매 고객의 90% 이상이 현지 한인이었으나, 최근 아시아계를 비롯한 현지인들의 구매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포장김치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풀무원은 비건 김치 ‘김치 렐리쉬’를 선보였다. 김치 렐리쉬는 젓갈을 빼고 순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김치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제작됐다. 최근 2~3년 동안 미국 현지에서 인기인 동남아풍 '스리라차 소스'를 가미해 새콤달콤한 맛을 끌어올렸다. 김치뿐 아니라 양념, 소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전통김치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김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풀무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전 세계인의 김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전통 김치 콘셉트를 그대로 쓰면 외국인에겐 여전한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김치 렐리쉬는 외국인들이 자주 접했던 살사, 토마토 등을 적용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푸드 스타트업 '푸드컬쳐랩'이 선보인 '김치 시즈닝'도 눈길을 끈다. 김치 시즈닝은 분말 형태의 김치 가루로 후추나 고춧가루처럼 피자 등 취향껏 요리에 뿌려 먹을 수 있다. 미국 아마존에서 최초 판매 2주 만에 시즈닝 신제품 부문 1위에 올랐고 현재 미국 아마존 칠리파우더 카테고리에선 일본 '시치미'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설 정도로 현지인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