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등을 포함한 2∼3월 접종계획이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의료계의 혼란과 함께 백신에 대한 불신 또한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요양병원·시설의 고령층 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AZ 백신 접종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백신 사용을 허가하면서,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접종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유익성을 판단하라는 얘기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백신 부작용의 책임을 의사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많다.
영국에서 개발된 AZ 백신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 따른 혼선도 빚어진다. 이 백신은 2회 투여로 62∼70%의 예방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와 있다.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지만, 고령층 임상참여자가 7.4%에 불과해 충분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판단근거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유럽 상당수 국가가 고령층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가 65세, 폴란드 60세,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55세 미만으로 권고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65세 이상에서도 AZ 백신의 위험보다 이점이 크고 면역반응이 잘 유도됐다며 고령층 접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 AZ 백신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이 확보한 물량은 이달 24일부터 순차 공급되는 AZ 백신 75만 명분과,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이달 말 이후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 6만 명분뿐이다. 이 중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우선 접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요양원과 시설 고령층 입소자는 AZ 백신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또한 크다. 최근 ‘코로나 백신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접종에 긍정적이었으나 32%는 접종을 미루거나 거절하고 싶다고 답한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AZ 측에 요청한, 고령층이 다수 참여한 임상시험 결과도 4월에나 나온다.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거나 접종 이후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면 방역에 차질이 빚어진다. 정부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에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접종 속도와 백신 물량 확보가 늦어질 우려도 크다.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보다 백신 접종에서 뒤처졌다. 코로나19 퇴치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논란이 적은 다른 백신을 최대한 서둘러 확보하고,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면역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접종의 신뢰와 참여도를 높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