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운동의 대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투병 끝에 15일 영면했다. 이러한 비보를 접한 정치인들도 애도를 표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백기완 선생의 치열했던 삶은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 백기완 선생님을 만나 뵈러 갔었다. 내 청춘의 노래이자 험난한 시대를 넘어서야 했던 동지들의 노래. 그리고 끝내 국회 본회의장에서 불렀던 노래, 그 노랫말은 백기완 선생님의 시, ‘묏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떠올렸다.
강 전 수석은 “내가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 딸에게 주는 편지’라는 작은 책이었다. 딸에게 주는 편지형식으로 쓰인 이 책에 나오는 장산곶매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재야’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쓰신 분도 선생이시다. ‘인권이 침해당하고 자유가 박탈당하는 거친 들에 곡식과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라 풀이를 하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와 미래를 위하여 일평생 나무를 심어오신 선생님께서 영면에 드셨다. 선생님, 평안하소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는 항상 앞에 서 계셨던 것 같다. 그 그림자를 좇아가기에도 벅찼던 분”이라며 “시대의 등불을 이렇게, 또 잃었다”고 했다.
같은 당의 박영선 서울시장 경선후보는 “선생님이 계시던 대학로 부근 아담한 연구소로 아주 오래전 찾아뵈었던 일은 이제 선생님의 젊음이 담긴 추억이 되었다”며 “통일에 대한 애끓는 열정을 토로하셨던 선생님. 저에게 ‘시원시원하고 단호해서 좋다’고 하셨던 선생님. 선생님. 참 고생 많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 편히 쉬세요. 저희들이 잘 할게요”라며 “선생님 영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 원작시를 바친다.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 높여 다시 불러본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는 “시대의 어른, 백기완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선생님의 뜨거운 가슴으로 위로를 받았고, 선생님 불호령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사는 모습, 서로의 생각들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선생님 앞에서는 모두 하나같이 깊이 머리 숙일 수 있었다. 이제 모자란 우리들에게 누가 회초리가 되어주실까”라며 “부고를 받아들고 휑한 마음 저 구석에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평생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길 틔워 주신 그 자리에 저희들 잘 걸어가겠다. 그곳에서 부디 영면하소서”라고 전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안부 피해자 수요 집회 때 늘 함께 했던 선생님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선생께 받은 게 셀 수 없이 많다. 민주주의를 향한 지치지 않은 투혼을 받았으며, 통일과 민족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푹 쉬시기를 바랍니다. 백기완 선생님의 치열함은 저희가 이어가겠다”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선생의 뜨거운 맹세를 잊지 않겠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추모 메시지를 내고 “우리 시대 큰 어른으로 눈물과 아픔의 현장을 마다치 않고 자신의 몸을 내던지셨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선생께서 못다 이룬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학교병원 등에 따르면 백 소장은 이날 오전 영면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심장질환과 폐렴 등으로 지난해 1월 입원해 수술과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앞서 백 소장은 2018년 4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한 뒤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하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