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 등 학폭 가해자 추가 지목
대한민국배구협회 “학폭 가해자 국가대표 선발 제외 추진”
한국 프로배구가 '학폭 파문'으로 흔들리고 있다.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25·흥국생명), OK금융그룹 송명근(28)·심경섭(30) 선수의 학교폭력(이하 학폭)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프로배구 선수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배구계가 초긴장 상태다.
15일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폭 논란에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한다”면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실망을 끼쳐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이달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된 초·중학교 시절 학폭 의혹에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팀 숙소를 떠났지만, 추가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가 과거 팀 전술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뉴스를 통해 접하고 아이들이 올린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10년이 된 일을 우리 아이들이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안 될 것 같았다”라고 운을 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폭 피해자 부모라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이재영·다영 자매)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 타 학부모 관람석을 지날 때 여러 번 듣던 소리는 ‘쌍둥이만 서로 올리고 때리고 둘만 하는 배구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합장 학부모 방에서 김경희 씨가 자기 딸에게 하는 전화 소리를 들었다. 정확하게는 ‘언니한테 공 올려라, 어떻게 해라’라며 코치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며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와 관련된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 대한체육회 지금 방관자 아니냐. 피해 아이들이 있고 한두 명이 아닌 상황인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피해자들에 진실된 사과를 할 마음이 없어 보이니 그에 걸맞은 엄벌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센터로 활약했다. 고교 시절 동년배 중 랭킹 1위 세터로 통하는 등 배구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구협회가 주관한 ‘장한 어버이상’을 받기도 했다.
자매가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을 때는 “배구는 단체 경기이므로 서로 양보하고 잘 도와 다른 동료 선수들을 받쳐줄 수 있도록 두 딸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자배구 OK금융그룹 소속의 송명근(28)과 심경섭(30) 선수도 과거 학폭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노래를 부르라는 선배의 말을 거절하다 폭행을 당했고, 급소를 맞은 피해자는 응급실로 실려가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후에도 그 사람들은 ‘부X 터진 놈이’라고 놀리고 다녔다. 평생 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 당시 그 부모가 와서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 말을 들었던 내가 너무 후회가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감독조차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하더라. 내가 배구에 대한 미련만 없었어도 그때 용기 내서 다 말했어야 하는 건데 싶은 후회를 10년을 갖고 살았다”고 했다.
가해자로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이 지목됐고, 이들은 곧바로 자신이 학폭 가해자임을 인정했다.
송명근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성문을 올리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남은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며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과 심경섭의 잔여 경기 출전 포기 의사를 받아들였다. OK금융그룹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소속 선수들의 학교폭력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심사 숙고한 끝에 선수가 내린 의사를 존중해 수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며 신속하게 선수단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당 구단 자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배구협회 및 한국배구연맹, 타 구단들과도 긴밀히 협의해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14일 저녁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여자배구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요즘 학교폭력 때문에 말이 정말 많다. 나도 10년 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선배들한테 운동 못 한다고 욕먹는 등 미움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A 씨는 해당 글에서 “중학교 1학년 때 집합을 서는데 내가 발음이 안 된다고 머리박기를 시키고 나에게 가나다라를 외우라고 했다. 울면 바가지를 가져와서 ‘바가지를 눈물로 다 채울 때까지 머리박기를 시키겠다’고 강요했다”면서 “선배들이 눈물·콧물·침 그리고 오줌을 싸서라도 바가지를 채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우리 부모님이 오면 나한테 잘해주는 척을 했다. 부모님이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숙소를 찾아오면 화가 많이 났다”며 “(선배들이) 아빠 욕을 한 날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집합을 세우고 ‘너희 아빠한테 나대지 좀 말라고 해’, ‘X발’ 이런 욕은 기본이었다”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A 씨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지금도 지난 일들이 꿈에 생생하게 나온다. 내가 왜 그런 무시를 당하며 미움을 받아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TV에서 착한 척하고,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그 사람을 보면 세상이 참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가해 선수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배구 선수 이력을 증명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지원포털 캡처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학폭 폭로에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징계 논의에 들어갔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실무회의를 거쳐 학폭 가해자들은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한다는 뜻을 전했다.
조용구 협회 사무처장은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폭 논란에 대해 “흥국생명에서 자체 징계도 내리고, 협회와 협력 관계인 한국배구연맹도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협회는 국가대표 선발에 있어 학교 폭력 가해자는 무기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오늘 오후 4시께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국가대표 감독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할 계획이다.
조 사무처장은 “임도헌 감독 뿐 아니라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전달할 것이다. 선수 선발에서 제외돼야 하니까 대표팀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과도 신속하게 이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