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온다. 타이트한 수급 환경에 백신과 세계 경기 정상화 기대감이 가격을 뒷받침해주면서다. 증권가는 하반기보다 상반기가 투자 시기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유나 에너지기업, 구리 등에 투자하는 천연자원펀드(28개), 원자재펀드(44개)는 최근 한 달 각각 6.21%, 3.0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기간을 넓혀보면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각각 30.83%, 17.68%로 뛰었다.
원자재 강세 배경엔 달러화 약세와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꼽힌다. 달러화 약세로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보이고, 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원자재로 자금이 쏠린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지속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면서 헤지 수단으로서 원자재 투자 가치도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65달러(1.09%) 오른 60.1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WTI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60.7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승률만 24%가량에 달한다.
구리 가격도 고공행진이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3월물 구리는 이날 장중 한때 톤당 8406달러에 거래됐다. 2012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또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을 대표하는 CRB 원자재지수는 작년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4월 저점 대비 약 72% 오른 수준이다.
증권가는 하반기보다 상반기 투자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 반영됐을뿐더러 하반기에도 유리한 수급환경이 지속할지도 불확실해서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역시 관건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기민감 원자재의 동반 상승 배경에는 중국의 수요 회복이 핵심 역할을 했다. 다만, 작년 2월을 저점으로 강도 높은 회복세를 보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이제 정점을 지난 모습을 보인다”면서 “원자재 수입금액 역시 상승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원자재 시장에서 추가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수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될 수 있다”면서 “중국의 신용 사이클이 긴축으로 선회하는 경우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보다는 상반기가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