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순이익 등 실적은 인디텍스 승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이 자라를 보유한 스페인 기업 인디텍스를 누르고 전 세계 의류업계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다만 매출 등 실적은 아직 업계 1위로 인정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
17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패스트리테일링 주가는 전날 3.06% 오른 10만2500엔으로 마감해 처음으로 10만 엔 대에 올라섰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시총은 10조8725억 엔(약 114조 원)으로 불어 인디텍스(10조4600억 엔)를 넘어섰다.
패스트리테일링이 의류업계 시총 1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평상복 수요가 증가한 것이 꼽힌다. 유니클로는 이 부문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니클로가 아시아 지역에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시총 순위 역전에 영향을 줬다. 유니클로는 전 세계에 2298개 매장을 냈는데, 이 중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매장이 60%에 달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제 회복이 빨랐던 중국 내 매장은 791곳에 달한다.
반면 자라는 유럽과 북미에 매장의 70%가 몰려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봄부터 대규모 봉쇄 조치 등이 내려져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자라의 아시아 매장 비중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패스트리테일링이 2016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진행해온 것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패스트리테일링은 ‘디지털 소비자 소매업’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제품에 IC 태그를 부착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끈 상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마케팅 전략에 적용한다. 구글과 협업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 체제도 갖췄다.
다만 시총과 달리 매출 등 실적은 아직 의류업계 1위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인디텍스는 지난해 매출이 341억 달러(약 37조7828억 원)로 업계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2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스웨덴의 H&M이 이름을 올렸다. 패스트리테일링의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기준 매출은 189억 달러로 3위에 그쳤다.
인디텍스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10억 달러로 같은 기간 6억8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패스트리테일링보다 1.6배 많았다. 자본의 운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반영하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8월 기준 인디텍스가 24%를 기록해 9%인 패스트리테일링을 앞질렀다.
의류업계의 승자와 패자는 디지털과 아시아 시장에서 나뉠 전망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직전 회계연도에서 전체 대비 디지털 매출 점유율을 15.6%까지 끌어올렸다. 인디텍스는 2019년 디지털 매출 비중 14%를 기록했으며 내년까지 이 비율을 25%로 높일 계획이다.
인디텍스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인디텍스의 중국 내 매장은 현재 46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