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의 상용화를 위한 임상에 진입한 국내 기업은 총 12곳이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조건부 허가를 지난 5일 획득, 국내 첫 번째 코로나19 치료제가 됐다. 렉키로나는 17일 전국 156개 지정 코로나19 치료 의료기관에 대한 공급을 개시했다.
식약처는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3건 이상을 조기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렉키로나의 뒤를 이을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하다.
종근당은 항응고제 및 급성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러시아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 식약처는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의 허가심사 기간을 최대 40일로 단축, 계획대로 신청하면 늦어도 4월 초까지 승인 여부가 판가름난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 주 중으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러시아 임상기관으로부터 최종 자료를 넘겨받는 서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나파벨탄의 글로벌 임상 3상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약은 렉키로나처럼 정맥주사로 투여하지만, 경증~중등증 환자가 아닌 중증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종근당과 비슷한 속도로 조건부 허가를 추진했던 기업으로는 GC녹십자와 대웅제약이 있다.
GC녹십자는 3월까지 혈장치료제 'GC5131A'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임상 2상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조건부 허가에 앞선 '치료목적 사용승인' 사례는 이날까지 38건을 기록했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만든다. 혈장 공여가 필수적이란 점에서 대량 생산은 어렵지만, 중증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최적용량을 도출해 조건부 허가로 본격 공급할 계획"이라며 "3차 추가생산까지 완료해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들 치료제와 달리 대웅제약이 개발하는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은 먹는 약이다. 원래 만성 췌장염 및 역류성식도염 치료로 쓰이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항염증 효과를 확인했다.
대웅제약은 1월로 예정했던 조건부 허가 신청 시기를 늦춘 대신 '허가초과 사용승인'을 추진 중이다. 임상 중인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과 비슷한 개념으로, 시판 약물을 허가받은 적응증 이외의 질환에도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다수의 병원에서 허가초과사용을 위해 진행 중"이라며 "조건부 허가는 임상 결과를 분석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에 진입했던 부광약품은 임상 2상의 환자 모집을 1월 완료했다. 만성 B형간염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을 코로나19 중등증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이다.
부광약품은 미국에서도 레보비르의 임상 2상에 착수했다. 또한, 기존 임상과 별개로 레보비르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소량을 세포배양 검사로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국내 2상의 투약 완료 후 결과 분석을 앞두고 있다"며 "신속하게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하고 향후 절차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환자 등록이 더딘 국내 임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임상에 돌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 임상까지 완료하면 600명이 넘는 환자들의 글로벌 임상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국내 사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임박하면서 정부는 예방과치료의 투트랙 전략으로 코로나 극복을 꾀할 전망이다. 1호 치료제의 허가를 계획대로 진행한 만큼 추가 품목허가도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과 휴온스 등 후발주자들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속도전이 주류였지만,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