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글로벌금융판매 30일 영업정지 징계
'선의의 피해자' 구제 못해 부작용 우려 시각
사실상 폐업, 영업정지 대체할 과징금 도입 계획
금융감독원이 대형 보험대리점(GA)에 또다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1만4000여 명에 달하는 글로벌금융판매 설계사 전원은 한 달간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리더스금융판매에 내려진 제재와 비교했을 땐 영업정지 일수는 줄었고, 과태료는 늘어났다. 영업정지 조치는 선의의 GA설계사들의 생계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GA업계 2위인 글로벌금융판매에 생명보험 영업정지 30일과 기관에 49억 원, 설계사 개개인에게 12억 원가량의 과태료 부과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심은 내달 중순 개최될 계획이다. 제재 조치는 제재심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2019년 말 진행한 종합검사에 관한 결과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자필서명 미이행과 브리핑 영업 △부당 승환계약 △사은품 제공 △ 설계사 보험료 대납 등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전반에 대해 중점 점검했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통제체계 부실, 대규모 모집질서 위반행위, 갑질 행위 등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리더스금융판매에 대해 과태료 31억 원, 60일 영업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비하면 과태료는 늘었지만, 설계사의 생계와 직결되는 영업정지 기한이 한 달로 줄었다. 다만 글로벌금융판매는 동일 위법행위가 중복돼 제재심에서 감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GA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30일은 1개월간 계약이 통째로 막히는 건 아니므로 (리더스에 비해)비교적 감당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영업을 정지하면 이달 15일까지와 다음 달 15일 이후부터는 계약을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영업정지 2달이어서 8000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의 영업활동이 한 달간 불가했다. 사실상 폐업 명령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GA업계에서는 영업정지 처분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며,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나친 제재라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사의 경우에는 특정 지점이 불법을 일으킨다 해도 영업정지 제재가 내려진 적이 없는데, GA업계는 최근 들어 연속해서 일반 설계사들의 영업정지로 애를 먹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리더스금융판매 제재 때도 설계사들이 금감원에 생계유지를 위해 영업정지 수준을 낮춰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GA의 영업정지로 생계 위협을 받는 보험설계사를 위한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GA의 영업정지로 다수의 소속설계사 생계를 위협받는 것에 착안, 영업정지를 대체하는 과징금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또한 독립보험대리점(GA)의 보험상품 판매책임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불법행위가 적발된 GA가 다른 GA로 계약과 설계사를 이관해 제재를 회피했다면 앞으로는 보험계약 이관을 제한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한편, 글로벌금융판매는 업계 2위권 보험대리점이며 2019년 12월 기준 전국 78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조직 규모는 현재 1만 4000여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