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코스닥 1000 돌파. 올해는 연초부터 주식시장에 역사적인 기록이 쏟아졌다. 이 중심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있다. 올해 1월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22조3384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인 47조4907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불법 금융투자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은 ‘한방’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심리 이용해 무료체험방에서 정보를 신뢰하게끔 유도한 다음 가입비나 수수료를 요구했다.
#처음 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테슬라 현대차 독점부품 납품 무료 추천 임박!” 평소였으면 수신 거부했을 이 문자. 한동안 무시해왔던 영어 알파벳 링크를 보고 있자니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주식으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고 연신 자랑하던 친구는 “조금만 공부하면 금방 돈 버는 데 왜 안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만 또 ‘벼락거지’가 될까봐 조급했다.
속는 셈 치고 링크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이용자만 약 1500명에 육박한 ‘OO스탁 무료교실’란 오픈채팅방이었다. 방장이 한 종목을 추천하더지 “신호를 대기하라” 하라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이용자들의 “참여”가 쏟아졌다. 매수자들이 매수가격을 채팅방에 올리는데 HTS를 보지 않아도 실시간 주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곧 수익을 시현한 이용자가 ‘인증샷’을 올렸다. 대부분 3~4%의 수익률이다. 누군가 9~10%의 인증샷을 올렸다. “축하합니다”, “대박이네요” 반응이 연이어 나온다. 이날 리딩방이 추천해준 종목은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리딩방이 틀리진 않은 것이다. 지켜보기만 하고 참여하지 않은 것을 순간 후회했다.
다음 날 방장은 ‘##’ 키워드를 설정해놓으면 종목과 진입신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OO스탁은 최고의 전문진들로 포진된 VIP방을 별도로 운영 중입니다”라며 다른 방을 유도했다. 이 방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용자도 “3일째 관망하다 이제 저도 편승합니다”라고 했다. 다들 같은 마음인 것 같아 의심이 사라졌다.
그러나 방장이 유도한 VIP방은 연간 600만~700만 원대였다. 더 고급 정보를 원한다면 플래티넘 방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가입비는 1000만 원.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목을 찍어주고 수수료 대가로 비용을 받는 행위는 불법적 행위”라며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한 줄 안다. 신뢰할 수 있는 리딩방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깜박 속을 뻔한 기자는 이내 리딩방을 빠져나왔다.
# 기승전 ‘유튜브’ 시대에 빨간 검색창에 ‘단타’를 검색해보니 실시간 스트리밍, 종목 선정, 단타 비법, 단타 VLOG 등 다양한 종류의 수백 개 관련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이중 가장 시선을 끈 ‘○○○○명이 함께하는 실시간 초단타 방송’이라는 영상을 눌렀다. 유튜브 영상에는 수급차트, 봉차트, 거래량 차트, 메모장 등 수십개의 창을 배경으로 전문가로 불리는 한 남자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장이 열리는 9시부터 장 마감시간인 오후 3시30분까지 실시간 스트리밍이 이뤄지는 이 방에는 30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그가 추천하는 종목을 사고 팔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메모장에 종목, 매수가, 시간, 익절구간을 적어주면 시청자들은 그 종목의 차트를 그와 함께 보며 익절 구간에 매도를 했다. 한 종목이 익절 구간에 도입하자 채팅방에는 수익을 보고 익절한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에게 감사하다며 후원을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단타족들이 모인 라이브 영상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문가라 불리는 한 남자에게 수십명의 사람들은 “★★주 어떤가요?”, “지금 ○○주 매도해야할까요?”, “◇◇주 매수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물었고, 그의 답변에 따라 그들은 종목과 매수·매도 타이밍을 정했다. 그가 말을 하면 채팅방도 활발해지고, 그가 말을 멈추고 차트를 관망하면 채팅방도 질문을 멈추고 그에게 집중했다. 전문가라 불리는 남성에게 자신의 주식과 관련된 모든 판단을 맡기는 모습을 보니 흡사 점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타 문화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집값 상승으로 주식으로라도 수익을 내야 한다는 심리가 생기면서 단타가 더 성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톡방이나 유튜브 등은 각종 불법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큰 만큼 이러한 곳에서 정보를 얻을 때에는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증권 유튜브 방송서 활약 중인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E-Biz팀 차장은 “투자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말이 명확한 근거가 있는지 파악하는게 우선”이라며 “근거도 없이 사이비종교의 교주처럼 팩트를 설명하지 않고 종목을 추천하거나 대가를 요구한다면 무조건 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예린 기자 yerin2837@, 김하늬 기자 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