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50년이 다 된 서울 여의도 은하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재건축 사업 기대감에 호가도 뛰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선 40년 안팎 노후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서울시가 이 일대 재건축을 사실상 막고 있어 사업에 얼마나 더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하아파트(360가구)는 이달 재건축 사업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을 통과한 지 두 달 만이다.
은하아파트는 1974년에 지어져 올해로 준공 47년을 맞았다. 준공 50년을 바라보면서 노후화가 심화해 예비안전진단 당시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와 주거환경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은하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이나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사업이 가능해진다. 다만 D등급을 받으면 적정성 검토를 한 번 더 거쳐 재건축 가능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하아파트의 호가도 뛰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121㎡는 지난해 12월 19억5000만 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호가는 최고 21억 원에 달한다.
최근 여의도에선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1977년 준공된 목화아파트가 지난달 최하 등급인 E등급(불량)을 받아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은하아파트와 미성아파트(1978년 준공·577가구)도 잇따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16개 노후 단지 중 14곳이 정밀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받고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은하아파트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 여의도 노후 단지 대부분이 재건축 첫 관문을 넘어서게 된다. 미성아파트도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여의도 재건축 사업은 2018년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당시 서울시는 '여의도·용산 통합개발'(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여의도 개발 계획안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전면 보류했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대장주인 시범아파트(1971년·1578가구)는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고, 지난 2018년 정비계획안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도전장을 냈지만 퇴짜를 맞았다.
정비업계에선 이 일대 단지들은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노후했는데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거여건 향상을 고려해 정부나 지자체가 정치가 아닌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