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감원)가 뭐라 하기는 어렵지만,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8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4연임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표면적으로 하나금융의 내부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나, 절차의 투명성을 함께 강조하며 4연임에 대한 언중유골(言中有骨)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며 김 회장의 4연임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사회 규정에 따른 것이니까 우리가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절차가 좀 더 투명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후계자에 대한 절차가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5일 김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으로 올렸다.
김 회장은 2012년 하나금융 회장직에 오른 이후 2015년, 2018년까지 3연임에 성공해 9년째 하나금융을 이끌고 있어 4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윤 원장의 이러한 답변은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큰 틀에선 일맥상통한다. 은 위원장은 “기본적인 것은 회사에서, 이사회와 회추위에서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그에 따른 것에 금융당국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적절치 않고, 그분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윤 원장 역시 회사에 4연임에 관한 판단을 맡기겠다고는 했지만, 절차의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3년 전 3연임에 성공할 당시에도 금감원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김 회장이 3연임을 하려고 하자 금감원은 김 회장이 회추위에 포함된 것을 두고 ‘셀프연임’이 아니냐고 지적하며 3연임을 반대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반대에도 김 회장의 3연임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 원장은 “셀프연임하는 부분은 좀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회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더는 참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발언을 했다.
김 회장은 이번 회추위에는 참가하진 않았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삼정KPMG 부회장을 지낸 윤성복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등 사외이사 8명 전원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