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맺은 신사협정,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
지난달 삼성전자 갤럭시 S21 사전예약 기간 당시 이통 업계의 최대 화두는 ‘예고 지원금 경쟁’이었다. 정식 출시일 전 KT는 2배, SK텔레콤(SKT)은 3배로 사전 공시지원금을 상향해 LG유플러스 수준으로 맞췄다. 소비자들이 환영할만한 이 같은 현상은 1년 전 이통 3사가 맺은 ‘신사협정’의 연장선이었다.
지난해 2월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갤럭시 S20 사전예약에 앞서 협약을 맺었다. 협약은 △사전예약 기간 예고한 지원금은 공식 출시일 이전까지 변경 없이 유지 △사전예약 기간은 3사 모두 출시 전 1주일로 단일화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를 사전예약 기간에 알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당시 3사가 협약을 맺은 배경은 복합적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2019년 하반기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 당시 판매점 단에서 출혈 경쟁이 불거져 소비자 혼란이 일어난 탓이다. 판매점들은 사전예약 때 예고 공시지원금에 더해 판매 장려금을 뻥튀기했고, 정식 출시 이후 판매 장려금이 풀리지 않자 고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소비자들의 반발을 호되게 맞본 이통 3사는 갤럭시 S20 출시부터 판매장려금을 사전 예약 기간에 공지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사전예약 기간 예고한 지원금은 공식 출시일까지 유지키로 했다. 다만, 출시 당일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사전 예약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지원금을 공시하지는 말자고 약속한 것이다.
당시 이 같은 협정은 소비자 혼란은 줄이는 데 도움을 줬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달리 해석하기도 했다. 협약이 오히려 담합 효과를 낸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비판 의식에 근거해 공정거래실천모임은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당시에 맺었던 협정은 담합이 아닌 경쟁 유발로 이어졌다.
갤럭시 S21 사전예약 기간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공시지원금을 예고한 LG유플러스 수준으로 KT와 SKT가 공시지원금을 상향하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사전 예약 기간 지원금은 1번이 아니라 몇 번을 바꿔도 상관이 없다. 다만, 출시일에 공시한 지원금은 최소 일주일간 바꿀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이통 3사의 신사협정 이후 출혈 경쟁 양상은 확 줄어드는 모습이다.
2019년 하반기 갤럭시노트 10 출시 이전인 갤럭시 S10 당시에도 3사는 무리수를 두면서 소비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사전예약 당시에 안내한 규모보다 정식 출시일에 공시지원금 규모를 확 높였다. 그러자 SKT가 7일간 공시지원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을 어기고 출시 당일 지원금을 기습 인상했고, 방통위의 철퇴를 맞았다.
방통위는 최근 갤럭시 S21 사전예약 기간 이통 3사의 경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 경쟁이 합법적인 경쟁으로 옮겨왔다고 본다”며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가정 아래 공시지원금이 오르면 불법 보조금으로 쓸 예산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