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목숨 보좌관] 의원 갑질에 우는 '국회 보좌진'

입력 2021-02-22 05:00수정 2021-02-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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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닦고, 개밥 주고…눈 밖에 나면 "너 나가!"

근로법 제외된 별정직공무원
잡일 강요ㆍ과로ㆍ부당해고 일쑤
보좌진 "권익 찾자" 노조 추진

출근 하루 만에 해고 통보(A 비서관)
B 초선 의원의 지역구 보은 인사 요청에 갑자기 내보내져(C 비서관)
복장 마음에 안 든다고 당일 해고 통보받아(D 보좌관)
임신했다고 잘려… E 의원 4년간 보좌진 40명 교체(F 비서관)

정치의 중심, 국회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 보좌진 위상의 민낯이다. 고용 유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회의원 보좌진의 현실은 일용직 근로자나 아르바이트생보다도 나을 게 없다. 겉으론 권력을 움켜쥔 듯 화려해 보이지만, 현실은 슬프고도 적나라하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들의 고용 안정화를 위한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의원 한마디, 기분에 따라 즉시 해고당할 수도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파리목숨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의원 집사 수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의원 집 개밥 주기’ ‘의원 구두 닦기’ ‘의원 가족 일정 수행이나 지인 여행 가이드’ 등은 잘 알려진 사례들이다. 선거, 주말 일정, 연휴 등을 가리지 않고 추가 수당 없이 수시로 동원되기 일쑤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는 ‘주 52시간 근무가 아닌 주 52시간 수면’이라는 풍자글은 2700명의 보좌진이 공감하는 바다. 심지어 국감 이후 과로사한 이들도 있다.

결국 몸과 마음을 바치며 개인 생활까지 포기한 이들에게 돌아오는 게 부당해고, 부당대우뿐이라면 가혹하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의원이 면직 30일 전까지 직권면직 요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도 미온적이다.

한 보좌관은 “보좌진의 시계는 24시간, 365일 쉼 없이 돌아간다. 업무시간이 따로 없다”며 “새벽에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선잠을 자는 우리에게 보좌관을 배려해주는 의원실은 선망,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른 노동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설립이 된다 해도 사실상 의원의 임면권에 법적으로 개입하기는 힘들다. 다만 노조 존재 자체만으로 이를 의식한 의원들의 태도가 다소 바뀔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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