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존재 기대 등으로 인기 높아져
퍼서비어런스는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5시 55분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 착륙 때 공기 저항이 거의 없다. 따라서 탐사선이 속도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추락할 위험이 크다. 화성과 지구 간 약 2억km에 달하는 거리 때문에 양방향 통신에 22분의 시차가 있어 모든 착륙과정은 탐사선 스스로 해결하도록 설계돼있다. 이 때문에 탐사선이 화성 대기에 진입한 뒤 착륙하기까지의 시간을 ‘공포의 7분’이라고 부른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앞으로 최소 2년간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예제로 크레이터’는 30억~40억 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돼 유기 분자와 미생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암석과 토양은 추후 발사될 로버가 수거해 2031년 지구로 돌아온다.
퍼서비어런스에 탑재된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첫 동력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인저뉴어티가 비행에 성공하면 지구 밖에서 날아오른 최초의 비행체가 된다. NASA는 “예상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잔인하게 추운 화성의 밤을 견디면 비행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선은 미국(3대)과 유럽(2대), 인도(1대), 중국(1대), UAE(1대) 등 총 8대다. 이 중 UAE와 중국은 각각 이달 9일과 10일 아말과 톈원 1호를 화성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달에만 탐사선 2대와 착륙선 1대가 화성에 도착한 것이다.
화성이 갑자기 붐비게 된 이유는 지난해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각국이 일제히 탐사선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지구와 화성은 공전주기 차이 때문에 26개월을 주기로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골든 타임’이 온다. 이때를 놓치면 더 먼 거리를 가야 하거나 다음 골든 타임을 기다려야 한다. 아말과 톈원 1호, 퍼서비어런스는 모두 지난해 7월 발사됐다.
각국의 우주 탐사선이 몰리게 된 이유는 화성이 인류가 탐사 가능한 유일한 행성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은 표면 온도가 너무 높아 착륙선이 오래 버틸 수 없다. 지금까지 금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것은 러시아가 유일하지만, 착륙선은 127분을 버티고 신호가 끊겼다. 반면 화성은 2001년 착륙한 탐사선이 아직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정도다.
화성이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으로 꼽히는 것도 우주 경쟁을 자극한다. 화성에는 과거 물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이 다수 존재한다. 물의 존재는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나사는 “액체 상태의 물 외에도 생명체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태양광 외에 에너지원을 찾는 임무도 미래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탐사는 국력을 과시하기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UAE는 건국 50주년에 맞춰 아말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며 대내외에 높아진 국력을 과시했다. 아말의 설계와 탑재체 개발은 모두 UAE 출신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수행했다.
중국은 2010년대 이후 우주굴기를 내세우며 기술 발전에 힘써왔다. 중국은 2019년 1월에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무인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켰고, 지난해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대항마인 베이더우 시스템을 개통하며 주요 2개국(G2)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우주 과학 기술 분야에서 역사에 남을 성취를 이뤘다”고 강조했을 만큼 우주굴기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톈원 1호는 이르면 4월 말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미국은 구 소비에트 연방과의 경쟁 이후 줄곧 우주 탐사 기술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응하려 창설한 우주군을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어가겠다고 한 것은 우주 탐사 선두주자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미국은 화성 외에도 달 유인 탐사 작전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태양탐사선 파커솔라프로브 등 탐사의 범위를 넓혀 우주 개발 경쟁에서 1인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